<북리뷰>김학원 "동물·쇼핑 등 담은 색다른 인문서..MZ세대와 호흡할 것"

나윤석 기자 2021. 5. 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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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 스페셜 에디션을 들고 창립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호웅 기자

- 8일 창립 20돌 맞는‘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

20년동안 1300여종 출간

85%가 번역서 아닌 국내서

박시백·진중권 등 필자 쟁쟁

‘책만으로는 성공 못해’ 신념

저자 참여 팟캐스트도 제작

“영웅보다 평범한 인간에 관심”

“올해 3월 첫선을 보인 ‘곰곰문고’ 시리즈는 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입니다. 동물·쇼핑 등 젊은층이 관심 있는 주제를 100개 정도 골라 매년 15권씩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7년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내놓은 ‘자기만의 방’ 시리즈의 연장선이죠. 20~30대 MZ세대 취향에 부합하는 인문 교양서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지 않는 출판사가 될 겁니다.”

‘인문 교양 출판사’를 표방하며 2001년 창립된 휴머니스트가 오는 8일로 20주년을 맞는다. 약 10년간 편집자로 일하다 출판사를 차린 김학원 대표는 ‘인문 정신에 기초한 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사명(社名)에 담았다. 20년 동안 펴낸 1300여 종 가운데 1만 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는 전체 도서의 23%인 300종에 달하고, 절판 도서는 8% 내외에 불과하다.

‘대안 교과서’로 평가받은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100만 부 이상, 만화와 역사를 접목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300만 부 이상 팔렸다. 문학평론가 도정일과 생물학자 최재천의 대화를 기록한 ‘대담’은 2000년대 중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를 허문 용감한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갈수록 출판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것일까. 지난 4일 서울 휴머니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시대와 호흡하는 브랜드를 개발하고, ‘대박’을 터뜨린 대표작들을 5~7년마다 개정해 젊은 독자들을 흡수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20주년을 맞아 20권짜리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특별판으로 출간했고,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도 디자인과 내용을 대폭 보강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꾸몄습니다. 동시대의 감각을 장착한 서체와 판형으로 책을 ‘다시’ 쓰는 것이 출판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30주년엔 올해보다 훨씬 많은 특별판을 선보일 겁니다.”

생애주기별 도서 목록을 개발한 것도 김 대표의 자랑이다. 그는 “역사책의 경우 유아들을 위한 ‘나의 첫 역사책’, 초등학생을 겨냥한 ‘제대로 한국사’, 중고생이 읽는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 성인 대상의 ‘종횡무진 한국사’처럼 세대 맞춤형으로 독서의 줄기를 설계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읽는 출판 리스트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번역서 비중이 높은 출판 현실에서 전체 출간 도서의 약 85%를 한국 저자가 쓴 국내서로 채운 것에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번역서와 국내서 비중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사유와 지성의 식민지화’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해외에도 탁월한 저자가 많지만, 하버드·케임브리지 출신이라고 무조건 ‘환호’하는 태도는 문제입니다. 국내 저자들의 지식 생산 능력을 고양하는 건 출판인의 시대적 책무이자 희열입니다. 번역서보다 3~4배 이상 공력이 드는 국내서 출간에 역량을 쏟아부은 덕분에 저자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진중권·박시백뿐 아니라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식탁 위의 한국사’, 정민 한양대 교수의 ‘다산의 재발견’,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의 ‘문장의 품격’ 등도 역시 이런 파트너십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창립 선언문에 담긴 ‘책으로 시작하되 책에 머물지 않는다’는 문구를 요즘도 곱씹는다고 했다. 휴머니스트는 “21세기 출판사는 책만 만들어선 생존할 수 없다”는 신념 아래 2013년부터 회사 녹음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과 ‘연남책방’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출판계 뉴미디어 열풍을 주도했다. “창립 초기부터 책의 확장성을 위한 ‘원 소스 멀티 유스’에 주목했습니다. 저자가 직접 강연하는 교육 아카데미 ‘휴머니스트 대학’을 운영한 것도 이런 취지였고요. ‘인문 출판사’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조응하기 위해 웹툰과 웹소설 분야로 영토를 넓히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언젠가 인간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단행본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털어놓았다. 그는 “위대한 영웅에 주목하는 20세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평범한 듯하지만 비범한 반전이 있는 사람들을 탐구해보고 싶다”며 “도저히 연대할 수 없을 것 같은 인간들의 연대를 다루는 콘텐츠 플랫폼을 마음속으로 ‘스케치’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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