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서 '300kg 지지대에 깔려 숨진 20대' 누나의 호소

동아닷컴 조혜선 기자 2021. 5. 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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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숨진 가운데, 고인의 누나라고 밝힌 누리꾼은 "아직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난다"라고 동생을 떠올리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선 책임자가 계속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안전모 안 쓴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안전모 썼어도 300kg 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 악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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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이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린 故이선호 씨 빈소 사진.
지난달 경기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20대 근로자가 숨진 가운데, 고인의 누나라고 밝힌 누리꾼은 “아직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난다”라고 동생을 떠올리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6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재된 글에 댓글을 달아 “용돈을 스스로 벌어서 부모님께 손 안 벌리려고 알바(아르바이트)했던건데, 이렇게 떠날 줄 꿈에도 몰랐다”라면서 허망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9살 차이 나는, 아픈 큰 누나를 (동생이) 옆에서 많이 챙겨줬다. 나는 남동생을 더 의지하고 아꼈다. 그런 착한 동생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에선 책임자가 계속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안전모 안 쓴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안전모 썼어도 300kg 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 악 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 마칠 때 돼 가지고 집에 가려고 했던 애를 그 책임자가 불러서 지시했는데, 왜 발뺌하는지.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건지. 아직 발인도 못 하고 2주 넘게 빈소에 향 안 꺼지게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 누나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

끝으로 “국민청원 같은 게 생기면 글 올리려고 했던건데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글 써야 할지도 막막했다. 오늘 이 글 보고 글 올려준 동생 친구한테 너무 고맙다”고 글을 맺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00kg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이선호 군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 이 시간 많은 청년들 또는 중장년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다. 우리는 현장에서 장비에 대한 관리 소홀과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재로 인한 사망에 대한 당연한 보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사고는 지난달 22일 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발생했다. 이날 이 씨는 작업하던 중 무게 300kg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아래에 깔려 숨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없었다. 이 씨는 안전모 등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유족과 시민단체 등은 전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특히 이 씨의 유가족은 “아이가 철판에 깔려 숨이 끊어져 가는 데도 회사는 119 신고가 아닌 윗선 보고를 우선시하고 있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조사가 늦어지면서 유족은 2주가 지나도록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故이선호 씨 관련 청와대 청원글.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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