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배터리 내재화에.. 소재기업 M&A·투자 나서는 배터리 업체
LG·삼성·SK, 소재 기업 투자로 가격 인하 시도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자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부품 내재화로 맞대응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는 가격이 최대 승부처라 부품 내재화로 생산 단가를 낮춰 완성차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대주전자재료(078600)에 대한 대규모 지분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영권을 인수할지, 합작사를 설립할지 여부를 놓고 대주전자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주전자는 전가기기와 전지용 소재를 생산한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해 전기차용 파우치셀에 적용했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이온’과 ‘전자’를 흡수·방출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음극재는 원료에 따라 크게 흑연계와 실리콘계로 나뉜다. 실리콘계는 흑연계보다 에너지밀도가 4배 정도 높아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흑연 음극재와 비교해 완충 시 주행거리가 두배 정도 늘어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유럽 공장 등에서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해 유럽 전기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서 확실한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LG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직 계열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LG전자(066570)는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LG화학(051910)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막아 발열과 화재 등을 예방하는 핵심 소재다. LG화학은 배터리 생산 단가의 30%를 차지하는 양극재를 생산해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고 있다. LG화학은 곧 배터리 소재기업의 인수합병(M&A)도 추진할 계획이다. LG화학이 부품을 공급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생산하는 지금의 생산 체제를 더욱 공공히 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소재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생산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1조30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SKIET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이용해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힌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분리막은 제조 방식에 따라 습식과 건식 분리막으로 나뉘는데, SKIET는 특히 습식 분리막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머티리얼즈(036490)는 미국 실리콘음극재 벤처기업 그룹14테크놀로지에 150억원을 투자해 음극재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그룹14는 현재 리튬·실리콘 배터리 소재 ‘SCC55’를 개발하고 있다. SCC55는 배터리 용량을 5배, 에너지 밀도를 최대 50% 키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011790)의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당초 내년 예정이었던 정읍 5공장의 상업가동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당긴다는 계획이다.
삼성SDI(006400)는 한솔케미칼(014680)과 협업해 실리콘 음극재 생산에 나섰다. 삼성SDI는 ‘실리콘 카본 나노복합소재’라는 특허받은 기술을 이용해 더 긴 수명의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음극재 성능을 향상시키고 기존 실리콘 음극재에서 나타나던 팽창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다. 삼성SDI와 한솔케미칼은 2022년부터 이 기술을 적용한 실리콘음극재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솔은 범 삼성계 기업이다. 조연주 한솔케미칼 사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인 고(故)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의 장손녀다. 삼성SDI는 양극재 소재 전문기업 에코프로비엠(247540)과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에코프로는 현재 6만톤인 양극재 연간 생산량을 2024년꺼지 18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소재 내재화는 완성차업계의 ‘배터리 자체 생산’ 선언이 잇따른데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폭스바겐에 이어 지난달 현대차(005380)그룹도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를 자체 생산 하면 그만큼 전기차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막대한 투자비와 기술 격차 등을 이유로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배터리 업체가 부품 내재화를 통해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춰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한 전기차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배터리 기술 격차를 만회하려면 막대한 투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배터리 업체들이 부품 자체 생산으로 생산 단가를 확 낮추면 완성차업체가 굳이 투자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배터리는 배터리 업체에서 생산·공급하고 완성차업체는 전기차 완제품을 생산하는 지금의 글로벌 공급망이 오랜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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