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금융지원 부실 '깜깜'..은행에 코로나 청구서 올까
잠재부실 우려 속에도 건전성 지표 양호
'연명대출' 정보 왜곡으로 부실화 가능성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를 막기 위한 당국의 금융지원책이 차후 은행들에 '코로나 청구서'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들이 기존 대비 충당금을 대거 쌓았지만 지원기간 연장으로 리스크가 커졌고, 외려 건전성 지표는 좋아지고 있어 사실상 리스크를 측정하는데 있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금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69조89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5조8270억원, 신한은행 25조7895억원, 하나은행 14조8401억원, 우리은행 16조102억원, 농협은행 7조4319억원 규모다.
금융지원을 시작한 지난해 4월, 5대 은행의 대출 만기연장 규모가 10조449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7배 가량 늘었다.
원리금상환유예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3월말 기준 원금상환유예 금액은 7조502억원으로 지난해 4월 2조1921억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자상환유예 금액도 지난해 4월 185억원에서 올해 3월말 470억원으로 2.5배 늘었다.
반면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 연체율은 0.28%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0.0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도 소폭 상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19개 국내은행 BIS 총자본비율은 16.54%로 직전분기 대비 0.5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2분기 14.55%로 저점을 찍은 이후 오히려 계속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BIS 총자본비율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과 총자본을 각각 분모와 분자로 계산한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건전성이 높다는 의미다. 당국 규제비율인 10.5%에 비해서도 6%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만기연장, 원리금상환유예 등 금융지권 금액을 합치면 77조원 수준에 달한다. 이들 은행의 총 여신 규모와 비교하면 5% 안팎에 불과하지만 해당 여신이 정상인지 여부를 현재 판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성 논란은 커지고 있다.
◇ 지원 후 차주부담 느는데…부실규모 파악은 어려워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자상환유예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이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은 사실상 한계(부실)차주와 다름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자상환의 경우 한번이라도 연체가 이뤄지면 원금 전체가 부실여신으로 잡힌다. 금융지원 조치 종료 이후 부실여신 규모 증가폭 예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는 이유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원금이 아닌 이자를 내지 못하는 건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지표인데 유예된 이자에 연결된 원금 규모 파악이 어려운 점도 문제"라며 "연명대출은 그 실질은 부실여신인데 표면적으로는 정상여신으로 보여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의미 없어진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오는 9월 당국의 금융지원 조치가 만료되면 유예됐던 부분들이 고스란히 차주에게 2~3배 이상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금융당국은 지원 조치 후 연착륙 유도를 위해 차주와 금융회사 간 컨설팅 및 협의를 통해 상환방법과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부실을 일시적으로 지연하는 조치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여러 모니터링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실제 이 여신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고 건전성 지표에도 반영되지 않아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면제가 아니라 유예한 것이기 때문에 유예조치 종료 후 차주는 유예했던 이자의 두배 혹은 원금까지 합하면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부담이 커지는데 조치 이후 차주나 경제 상황이 어느 정도 회복될지 알 수 없어 정상상환이 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입장에서는 연착륙 방안 추진시 개별 차주와 일일이 리파이낸싱 형태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의 업무 지연이나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차후 대출금리 증가에 따른 추가 부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한시적으로 유동성 조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이슈가 생길 수 있다"라며 "은행이 자금을 급하게 조달하면 특판예금들이 쏟아지고 조달비용이 올라가는 만큼 대출금리가 올라가 부실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들의 건전성이 현재 매우 좋지만 코로나 위기를 반영한 건전성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조치 및 건전성 지표를 잘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충당금을 이전 대비 많이 쌓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며 언제 어떻게 코로나 청구서가 날아올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충당금 추가적립 여부…연말 뚜껑 열어봐야
물론 과도한 우려일 뿐 위험 수준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자상환유예 차주의 경우 한달에 1~2번 직접 방문이나 유선을 통해 확인하는 등 부실징후를 체크하고 있고 조기경보 모형 관리 시스템이 정착돼 있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부실이 터진다고 해도 담보대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원금 전액으로 부실이 옮겨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과한 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치 당시부터 우려들이 얘기됐기 때문에 지난해 당국의 지시로 충당금을 전년 대비 200~300% 가량 높였다"라며 "실제 부실은 연말 가봐야 알겠지만 전체 여신규모에 비하면 큰 금액은 아니기 때문에 여력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최근 5년간 역대 최고치로 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65.2%, 우리은행 154.0%, 신한은행 143.0%, 농협은행 136.6%, 하나은행 130.1% 순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부실여신으로 볼 수 있는 부분들이 현재는 정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조치 종료 전에는 어느 정도 부실이 나올지 알 수 없다"라며 "자체적인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은행권은 현재보다 6조원 정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취약업종 여신 비중이 더 높은 지방은행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진단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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