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毒)이 된 여당 대변인의 '백신 독려'

김민정 기자 2021. 5. 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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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를 먹어도 약 부작용 때문에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지난 4일 코로나 백신 접종 부작용과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소화제를 비교하며 "의약품의 경우 부작용은 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겪는 여성 경찰관 가족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등을 떠밀리듯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은 '혹시나 부작용의 다음 희생양이 내가 아닐까'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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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를 먹어도 약 부작용 때문에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지난 4일 코로나 백신 접종 부작용과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소화제를 비교하며 “의약품의 경우 부작용은 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사망사례를) 백신 부작용으로 끌고 가는 것은 집단면역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위험한 태도”라며 언론을 꼬집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백신 접종을 자동차 사고에 비유했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겪는 여성 경찰관 가족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는 “자동차 사고보다 훨씬 낮은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라며 “자동차 사고를 우려해 차를 안 사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 초선의원인 이 대변인이 임명된 지 단 이틀 만에 쏟아낸 발언이었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려 꺼낸 말은 되레 독(毒)이 됐다. 이 대변인은 지나치게 백신에 대한 공포를 느껴선 안 된다는 취지였겠지만, 여당 대변인이 백신을 소화제나 차 사고에 빗댄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경찰관은 “한 가족의 자식이고 부모이고 가장인 사람들의 건강이 많이 악화돼 병원에서 치료받는 상황”이라며 “경찰관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나온 이 대변인의 발언은 여전히 백신 부작용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는 듯한 정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등을 떠밀리듯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은 ‘혹시나 부작용의 다음 희생양이 내가 아닐까’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일부 경찰들에게서 뇌출혈과 반신마비 등 부작용 의심 사례가 나오자 경찰 내부에서는 ‘접종을 강요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백신 반응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젊은 경찰관들은 백신 접종 예약을 줄줄이 취소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접종 후 사지마비가 오거나 사망하고, 의식불명 등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백신 접종 부작용도 두렵지만, 정부가 인과성을 인정하는 경우도 드물어 불안감을 키운다. 실제로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지난 2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10차례 회의를 열고 사망사례 67건, 중증사례 57건을 살펴봤지만, 이 중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중증 2건뿐이다. 사망자 중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지만, 현 상황으로는 역부족이다. 다급한 정부가 접종 연령대를 낮춰가며 ‘백신 속도전'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약을 취소하거나 예약해놓고 접종 현장에 오지 않는 ‘노쇼’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예방 접종을 받겠다는 국민도 61.4%에 그쳤다. 이는 3월 조사보다 6.6%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백신 선택권이 없고 백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현재 상태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까지 기꺼이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있게 주사기에 팔을 걷고 내미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눈앞의 성과를 위한 속도전에 집착하기에 앞서 국민들이 어떻게 해야 기꺼이 정부와 방역당국을 믿고 백신 접종에 나설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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