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심사중단 개선에도 '삼성카드' 마이데이터 진출 어려워

김병탁 2021. 5. 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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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삼성생명 금감원 '기관 경고' 받아
제재 조사 과정 심사 재개 가능..제재 착수 '중단' 사유
경남은행 대주주 2심 형사재판 진행..심사 중단 기조 유지 전망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회사의 신사업 진출을 발목 잡는 금융당국의 인허가 심사중단 제도가 개선된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경우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제재 절차 진행으로, 여전히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포함한 신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금융회사의 신규 인허가와 관련한 현행 심사제도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금융권 인허가 심사중단제도 개선방안'을 개선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신규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을 신청한 금융회사가 소송·조사·검사 등 착수한 사실만으로도, 기계적으로 심사를 중단해왔다. 이로 인해 금융사의 신사업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활발한 금융산업 진출에 대한 기존 금융사가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인허가 심사 허들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1월 '금융산업의 혁신과 역동성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신규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 승인 시 운영되고 있는 심사 중단 제도에 대해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검찰 기소나 제재절차 착수 이전 신규사업 인허가 혹은 대주주 변경을 신청할 경우, 기존과 달리 심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제수사, 검찰기소, 재판 진행, 제재절차를 착수할 경우 기존과 같이 심사를 중단키로 했다.

이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강제수사의 경우 강제수사 시작 후 1년이 경과해도 미기소가 되면, 금융당국의 심사가 재개될 수 있다. 또한 1~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거나, 검사 조사 착수 후 6개월이 지나도 제재절차가 미착수할 경우 금융당국 심사 재개가 가능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3월말 이 요건을 충족한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핑크 등 하나금융그룹 4개 계열사에 대해 마이데이터 예비허가심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7년 시민단체로부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은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후 수년이 지났으나 아직 1심 재판도 진행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경우 이번 제도 개선에도 지난해 11월 중단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가 재개되기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삼성카드의 대주주인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등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위반 혐의로 기관 중징계인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해당 처분을 받은 금융회사는 자회사를 포함해 향후 1년간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다만 최종 징계 확정은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된다.

금융위는 지난 3월부터 여러 차례 안건검토 소위원회를 열어, 삼성생명의 징계 수위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징계를 두고 금감원과 삼성생명 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행정절차 제재 착수 단계로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재개도 불투명해졌다. 현재로선 제재절차에서 무혐의를 받거나 이보다 낮은 처분을 받아야만,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 재개가 가능하다.

경남은행 역시 현재 대주주가 2심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라서, 1심과 2심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야만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의 재개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두 금융회사 모두 이번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마이데이터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6월부터 업권 특성을 고려해 심사중단 제도 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그간 문제로 되어오던 인허가 심사중단 제도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며 "하지만 심사가 중단된 건에 대해서 6개월마다 한번씩 그 충족여부를 판단해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급변하는 현 금융시장 여건에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은 지난 3일 '업권별 협회 및 연구원과의 간담회'에서 재개 여부 판단주기를 축소하는 방안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탁기자 kbt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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