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 쇳덩이 깔려 사망.. 23세 이선호씨 누나의 댓글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하다가 300㎏ 지지대에 깔려 숨진 23세 이선호씨의 누나가 한 커뮤니티에 남긴 댓글이 네티즌을 울리고 있다. 9살 위 아픈 누나를 살뜰히 보살피던, 군복무 후 대학 복학을 앞두고 용돈을 벌던 착실한 동생이 사고 원인을 알지 못한 채 2주 넘게 장례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선호씨의 누나는 최근 한 커뮤니티에 동생과 관련한 청원을 독려하는 글에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이거 내 동생 얘긴데 아직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난다”던 누나는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나는 애기들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대학 입학 후 때가 돼 입대를 했고 제대한 뒤 코로나19로 복학이 늦어져 용돈을 벌기 위해 평택항 컨테이너 작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동생은 그 와중에도 공부를 손에 놓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공부한다며 노트북과 책을 챙겨나갔다며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꿈에도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누나는 가족에게 유달리 잘했던 동생을 믿고 의지했다고 했다. 그는 “나 위에 언니 한 명이 있는데 언니가 장애 2급에 작년 12월에 유방암 걸려서 부모님하고 나하고 남동생이 많이 슬퍼하고 힘들어했다. 나는 시집가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고 남동생이 9살 나는 큰 누나 옆에서 많이 잘 챙겨줬고 큰 누나 끔찍하게 아끼고 걱정해주고 그런 나는 남동생을 더 의지하고 더 아꼈다”며 “지금 우리 언니는 남동생 죽은 거 모르고 있다. 충격 받으면 안된다고 해서 티고 못 내고 말도 못하고 있다. 엄마 아빠 두분 너무 힘드신데 언니 앞에선 울음 참으시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누나는 “그 회사에선 책임자가 계속 지시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안전모를 안 쓴 우리 동생을 탓하고 있는데 안전모를 썼어도 300㎏가 넘는 무게가 넘어졌으면 (방법이 없는 거 아닌가)”라면서 “우리 동생 악소리도 못 내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마칠 때 돼서 집에 가려고 했던 애를 그 책임자가 불러서 지시했는데 그때 목격자 증인도 있는데 왜 발뺌하는지,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건지. 그 책임자라는 사람은 엄마 아빠와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나도 옛날이지만 몇 번 봤던 아저씨”라고 했다.
부모와 동생 친구 등이 2주 넘게 빈소를 지키고 있다며 “며칠 전 한강 사건의 그분도 내 남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마음이 굉장히 착잡했다. 왜 이제 꽃 피울 청년들을 데리고 가는 건지”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선호씨의 유족 등은 6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진상규명을 해달라며 기자회견을 했다.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경기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고 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선호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으나 사고 조사나 진상규명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하청 관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게 아닌 원청에 책임을 붇고 해양수산청, 관세청 등 유관기관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선호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중 무게 300㎏가량의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아래에 깔려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있어야 할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현장에 없었고, 이선호씨는 안전 장비를 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또한 이선호씨가 원래 맡았던 업무가 아닌 작업에 투입된 경위도 현재 경찰 조사 중이다.
누나가 감사 인사를 표한 동생 관련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7일 오전 현재 2만7000여명이 동의 서명을 남겼다. 청원인은 “지금 이 시간 많은 청년들 또는 중장년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다. 우리는 현장에서 장비에 대한 관리 소홀,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재로 인한 사망에 대한 당연한 보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보고자 일하다가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컨테이너에 깔려 돌아가신 고 이선호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더욱 취재하고 알리며 우리는 산재에 대해 돌아보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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