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건 배달'로 강남 평정한 쿠팡이츠..배민도 서비스 개편 맞불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강남은 사실상 쿠팡이츠가 승기를 잡았다고 보면 된다.”
배달 대행(라이더)을 하고 있는 이광호(39·가명) 씨는 업계 현장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 씨는 “직접 배달을 뛰면서 만난 라이더나 식당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적어도 강남 지역에서만큼은 빠른 배송을 앞세운 쿠팡이츠의 주문 건수가 압도적이라는 얘기가 들린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라이더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들여다봐도 “강남권에서는 쿠팡이츠 배달 건수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보다 많다”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배달업계 부동의 1위인 배민이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나섰다. 배달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쿠팡이츠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주력 배달 서비스 방식을 ‘묶음 배달’에서 ‘단건 배달’로 확 바꾸고 여기에 맞게 애플리케이션(앱)도 개편할 예정이다. 더 이상 쿠팡이츠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최대 라이벌로 급성장한 쿠팡이츠
그동안 배민은 식당과 고객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에 충실했다. 앱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음식 주문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식당에 전달하는 플랫폼 사업자 역할에 주력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배달에는 크게 관여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배민에 입점한 식당업주들은 별도로 ‘부릉’과 같은 배달 대행 업체와 계약하고 소비자에게 음식을 전달했다. 자연히 라이더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 명의 배달원이 비슷한 위치에서 나온 여러 주문을 함께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묶은 배송’ 방식이 배민의 주력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이다.
배달 시장이 커질수록 묶음 배송 방식은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배달 수요가 밀리는 주말에는 1시간 넘게 음식이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거세졌다.
이때 등장한 곳이 바로 쿠팡이츠다. 2019년 서비스 론칭과 함께 이런 경쟁사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단건 배달’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단어 그대로 한 명의 배달 운전사가 오로지 한 건의 배달만 처리하다 보니 경쟁사보다 속도가 약 두 배 이상 빠를 수밖에 없었다. 배민과 요기요 등 기존의 배달 업체들보다 확연히 빠른 배송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한 집에 한 건 배달 방식을 적용하면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라이더들의 수익 문제도 ‘쿠팡답게’ 해결했다.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이런 불만을 상쇄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배민이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쿠팡의 성장세는 심상치 않다. 서비스 개시 2년이 지난 현재 배달업계의 지형을 단숨에 바꿨다. 결국 배민이 쿠팡이츠처럼 ‘단건 배달’ 서비스를 내놓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다.
쿠팡이츠의 약진은 우선 서비스에 가입한 업소 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약 12만 업주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쿠팡이츠가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배민은 약 10년 만에 전국 25만 업주를 확보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점유율도 크게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배달 시장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아 정확하게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전히 배민이 1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강남·서초·용산 등에서는 쿠팡이츠의 주문량이 배민을 추월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서울만을 놓고 볼 때 양 사의 점유율 격차가 크게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배민이나 요기요와 격차가 있지만 성장 속도를 봤을때 앞으로 배달 시장이 배민과 쿠팡이츠 양강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배달 전쟁 더욱 격화될 것”
배달 시장 공략을 위한 쿠팡이츠의 공세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쿠팡이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쿠팡이츠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던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전국 배달 시장을 뒤흔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쿠팡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던 배민도 결국 커지는 위기감에 결국 변화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배민은 6월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만 진행하는 ‘배민 원(1)’을 론칭하고 다시 한 번 쿠팡이츠와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민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성장을 보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음식 배달 방식이 ‘속도’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배민 원 론칭을 통해 구팡과 마찬가지로 빠른 배달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기존에 묶음 배송을 했던 시스템인 ‘배민 라이더스’는 현재 식당 업주들의 신규 가입이 중단됐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 라이더스도 계속 운영되긴 하지만 신규 가입 자영업자들은 오직 배민 원에만 입점할 수 있다”면서 “주력 서비스가 완전히 배민 원으로 바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배민 앱 역시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민은 배민 원을 알리기 위한 총공세에 돌입한 상태다. 기존 업주들에게 배민 원을 알림과 동시에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또 원활한 단건 배달을 진행하기 위해선 라이더 확보 역시 필수적인 만큼 이 부분에서도 그동안 적용했던 규제를 풀었다. 배민은 최든 라이더들의 근무 시간 정책을 전격 폐지했다. 그간 라이더들의 과로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배민 커넥트(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형태의 배달)’의 경우 주 20시간, 배민 라이더스는 주 60이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반면 쿠팡이츠는 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배민 내부에서는 이로 인해 상당수의 라이더들이 배민 대신 쿠팡이츠로 몰린다고 판단했고 그간 잠갔던 근무 시간 족쇄를 이번에 풀기로 했다. 향후에도 쿠팡이츠처럼 라이더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맞서는 쿠팡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쿠팡이츠는 일부 사업을 분사해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앱 개발 등 정보기술(IT) 부문은 쿠팡 본사가 맡고 배달 파트너 지원 및 배달 파트너 운영을 위한 서비스팀 관리는 별도 법인이 맡는 방식으로 최근 전환했다. 고객 서비스 강화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본격적인 영역 확장에도 나섰다. 부산을 비롯해 강원·전라 등 비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와 업주 유치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끌어오기 위한 두 회사의 배달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심화되는 ‘출혈 경쟁’으로 인해 양 사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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