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반도체 불안에 삼성전자 전체가 떠는 이유

김동훈 2021. 5. 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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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TV도 반도체 공급난 영향
부품 조달 다변화하면서 고부가 제품 집중

퀴즈 하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답
작년만 해도 절반 이상이었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방향일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실적을 한번 볼까요. 작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5조9900억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은 18조8100억원으로, 전체의 52% 수준입니다. 상당하죠? 그런데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9조3800억원)에서 반도체(3조3700억원)가 자지하는 비중은 36%로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사업의 이익 비중은 작년 4분기에 43%, 같은해 3분기의 경우 49%였습니다. 추세적인 하락세가 엿보입니다.

반도체 비중 하락이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실적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완화되고, 모바일이나 가전 같은 다른 사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어서죠. 실제로 지난 1분기 IM(IT·모바일)과 소비자·가전(CE·Consumer Electronics) 부문 사업의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요. IM 영업이익은 4조3900억원으로 전년보다 81%, 전분기 대비 66% 증가했습니다. CE의 경우 1조1200억원으로 덩치는 크지 않지만 증가세는 눈부셨습니다. 전년대비 약 148%, 전분기보다 36% 급증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퀴즈 둘
그렇다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부진은 반도체 부문만의 문제일까요?

정답
아닙니다. 우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부진한 원인을 살펴보죠. 삼성전자의 발표 내용을 보면, 이번 부진은 낸드 부문 가격 하락과 시설투자 확대, 미국 오스틴 공장 생산차질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돌발변수인 생산차질 문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각국 주요 반도체 업체에서 나타난 생산차질은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런 문제는 삼성전자 각 세트(완제품)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 세트사업 대부분은 그 부품으로 반도체가 필요한데, 부품을 제 때 공급받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삼성의 오스틴 공장은 지난 2월부터 3월 말까지 현지 추위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최대 4000억원에 달하는 생산차질이 빚어졌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시스템LSI 사업도 파운드리 생산 차질로 모바일 DDI(Display Driver IC)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실적이 정체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또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현재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트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지난 1분기에 뛰어난 실적을 내보인 IM 사업부도 부품 부족에 따른 불확실성이 우려되고, TV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도 "당분간 (각 사업에) 반도체 수급 영향이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럼 삼성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치고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할 때도 반도체에 관한 질문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략 13개 질문 중 7개가 반도체 사업 상황을 묻는 것이었으니까요. 다른 사업부의 반도체 수급과 관련된 답변까지 포함하면, 국내외 삼성전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도체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동차 전장·부품 부분 '하만'과 같은 곳은 질문을 전혀 못받은 것과 대조적입니다.

첫번째 질문부터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 관련해 전사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묻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1인 1PC'(개인용컴퓨터) 트렌드가 확산하고,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긍정적으로 전망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부품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폭발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을 하지 못합니다. 다른 사업부도 마찬가지죠. 삼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부족 탓에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 세트 부문 사업부들은 일단 공급망을 긴급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트 제품에 반도체 부품을 대는 여러 공급사를 통해 재고를 확보중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공급이 시급한 제품부터 부품을 할당하는 조정 작업도 진행중이랍니다. 판매 측면에서의 대응도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TV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높이고 각국 성수기 시즌에 맞춰 프로모션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많이 만들어 팔지 못하더라도 비싼 제품의 매출 비중을 높여, 적게 팔더라도 많이 남기겠다는 전략입니다

반도체 사업부는 이참에 생산 효율도 개선할 생각이랍니다.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올 하반기에 평택 2라인을 본격 가동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방침입니다. 또 EUV(극자외선) 첨단공정 시스템의 적용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기술을 점차 적용해 원가 경쟁력을 개선한다는 구상이죠.

새로운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인 'NERP'라는 것도 내년 1월까지 전세계 법인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NERP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능력과 인공지능(AI)을 통한 의사결정 등 신기술을 도입해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같은 대형 이슈에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과감한 투자는 선택의 여지가 제한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하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에 발표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고 삼성전자가 공식발표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여러 면에서 쉽지 않습니다. 널리 알려졌듯 이 부회장은 수감 상태에서 각종 재판을 감당하고 있으니까요.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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