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성백린 "신속생산 백신 플랫폼에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백신 개발 신속전으로 패러다임 전환
빨리빨리 문화와 정부 투자 만나면 해볼만해
합성 항원 백신 개발 속도 높이는 기술 개발 中
국내 업체 중엔 합성 합원 방식 성공 가능성 높아
백신 전문가인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은 지난 3일 연세대의료원 행정동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백신 개발 패러다임이 신속전으로 바뀌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성 단장이 이끌고 있는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은 합성 항원 방식 백신의 생산 속도를 높이는 고유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신속 합성 항원 방식으로 독감 백신을 1~2개월에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유정란 기준 6개월 가량 걸리던 것을 3분의1 정도로 줄인 것이다.
성 단장은 “우리나라 특유의 장점인 ‘빨리빨리’ 문화와 정부의 투자가 만난다면 3~4년 내의 판도는 우리가 해볼 만하다. 최소 5년은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신속 생산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 mRNA 백신은 상업화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등의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단장은 성공 개발 확률이 높은 국내 토종 백신으로는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인 합성 항원 방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합성 항원 방식은 코로나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투여하는 방식으로 노바백스 백신에 쓰인 개발 원리다.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와 유바이오로직스(206650)가 이 방식을 사용 중인데, 독감과 다른 여러 백신에 적용해봐서 안전하고 효과가 높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의 지재권 면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설사 지재권이 면제된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mRNA 백신) 생산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지재권 면제는 ‘바틀넥’(bottleneck, 장애물)하나가 풀리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의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개발 백신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많은 전문가가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인 합성 항원 방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합성 항원 방식에도 장단점이 있다. 합성 항원 방식은 독감과 다른 여러 백신에 적용해봐서 안전하고 효과가 높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반면 효과를 높이는 데 사용하는 면역증강제가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개발된 대상포진 백신이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효과를 95%까지 높였지만, 주사할 때 엄청난 통증을 일으킨다. 같은 면역증강제를 사용하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에는 아직 이런 불편함은 없지만, 대규모 접종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합성 항원 방식은 또 생산속도가 느리다. 최소한 생산하는 데 6개월(유정란 백신)은 걸린다. 향후에 대응능력을 향상해 신속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가면 세계를 석권할 수 있다.
-DNA백신이나 바이러스 벡터 방식은 어떤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선두권(프런트 러너 front runner)에서 DAN 백신 플랫폼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곳이 없다. DAN백신은 mRNA 백신보다 더 빨리 개발할 수 있다. mRNA는 DNA로 만들어서 합성하는 공정이 더 필요하다. 그럼 왜 DNA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가 없나. 그건 효능 문제다. DNA 백신은 효능이 많이 떨어진다. 바이러스 벡터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유사한 효능이 있는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 인식에서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은 ‘아재 백신’(고령층 접종·인증 백신 의미)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정부에서 임상 비용을 지원해준다면 모든 곳에 다 할 수는 없고 합성 항원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합성 항원 방식의 생산속도를 올릴 방안은
△독감 백신 기준으로 세포배양 방식으로 하면 4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신속하게 가야 한다. 2개월 내에 생산하는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그런 기술은 없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 미국 회사 백시네이트(VaxInnate)가 합성 항원 방식으로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성공 소식이 없다. 우리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은 합성 항원 백신의 생산 속도를 높이는 고유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신속 합성 항원 방식으로 독감 백신을 1~2개월에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 19 백신에도 적용하는 것을 진행 중이다. 우리 사업단은 원래 코로나19 백신 외 다른 백신을 개발하는 곳이라 사업단 연구 초점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정부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코로나19와 관련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의 백신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는 하다.
-국내 토종 백신 개발을 위해 어떤 점을 지원해줘야 하나
△mRNA 백신이든 신속 합성 항원 방식 플랫폼이든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에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특유의 장점인 ‘빨리빨리’ 문화를 백신 개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했다. 아무리 백신을 빨리 개발해봐야 10~15년을 투자해야 했고 효능과 안전성 이슈가 컸다. 하지만 패러다임이 신속전으로 바뀌었다. 우리 빨리빨리 기질이 정부의 투자와 만난다면 3~4년 내의 판도는 우리가 해볼 만하다. 최소 5년은 집중 투자해야 한다. 특히 우리 스스로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신속 생산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 mRNA 백신에 대해서 정부 내 사업단(mRNA 백신 사업단)도 만들어졌지만, 이미 다른 나라 회사가 mRNA 백신 특허권을 갖고 있다. 우리가 mRNA 백신 개발을 시작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지만, 상업화 되는 과정에서 mRNA 백신은 지식재산권(지재권) 등의 문제가 많을 거다.
-미국이 백신 지재권 면제를 검토한다. 실현 가능성은
△지재권 면제는 쉽지 않을 거다.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확보에는 좋지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 수조원을 투자한 회사에는 불이익이다. 미국 정부는 엄청나게 미국 내 회사 압력을 받을 거다. 미국 정부가 자국내 회사가 입는 불이익을 상쇄할 이익을 제공한다든지 하는 게 필요할 거다. 설사 백신 지재권이 면제된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생산 준비가 안 돼 있다. 지재권이 면제되는 것은 ‘바틀넥’ 하나가 풀리는 것뿐이다. 생산시설 구축 문제도 남는다. 백신 생산에 들어가는 면역증강제, 원료 등 원부자재 문제도 관건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3상에 ‘비교임상’을 도입했다. 안전성이나 수출에 문제는 없나
△비교임상을 했다고 해당 백신을 수출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수출 가능 여부는 그와 별개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신력을 해외에서 얼마나 인정해주느냐에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백신이 선진국에 진출한 예는 없다. 비교임상에서는 효능보다 더 중요한 게 안전성이다. 효능은 1000명만 해도 통계적 유의성 결과가 나오지만 안전성을 평가하려면 (피험자) 모수가 더 커야 한다. 통증, 발열 등 일반적인 안전성 검증은 되겠지만, 중증으로 가는 심각한 부작용은 걸러내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비교임상은 또 비교할 상대(기존 승인 백신)를 누구로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효능이 뛰어난 백신과 비교하면 효능이 떨어질 수도 있고 플랫폼이 다른 백신과 부작용을 비교하면 평가 방법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항체 지속력은 얼마나 되나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서 이제 막 접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부터, 해외는 작년 12월부터다. 항체 지속력 문제도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결국 매년 맞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를 함께 잡는 ‘2가 백신’, ‘트윈 백신’으로 가야 할 거다. 해외(노바백스)에서는 이미 2가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성백린 교수는...
△1977년 서울대 약대 졸업 △1988년 미국 MIT 박사(생물학) △1992년 영국 옥스포드대 박사후연구원 △1993년 한효생물과학연구소장 △현 연세대 의대 교수 △현 백신실용화사업단장 △현 국제백신연구소 과학자문위원 △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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