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처럼 챙기는 총리, 사무관처럼 일하는 장관이 조직 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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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성공하려면 불필요한 일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을 쭉 정리한 버킷리스트를 버려야 합니다."
'멍상사 유상사'를 출간한 김의환 전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비영리 싱크탱크 '포럼, 더 나은 미래'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정책 피로감이 누적된 지금은 정부가 일을 벌일 때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한 리스트(not to do list)를 만들고 불필요한 일들을 줄여나갈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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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벌일 때 아니라 불필요한 일들 줄여야 할 때"
"주사급 총리·사무관 32호봉 같은 장관이 멍상사"
"망원경 보듯 1순위 집중하고 나머지는 위임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신임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성공하려면 불필요한 일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을 쭉 정리한 버킷리스트를 버려야 합니다.”
‘멍상사 유상사’를 출간한 김의환 전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비영리 싱크탱크 ‘포럼, 더 나은 미래’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정책 피로감이 누적된 지금은 정부가 일을 벌일 때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리한 리스트(not to do list)를 만들고 불필요한 일들을 줄여나갈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멍상사 유상사’는 김 전 위원이 30여년 공직을 퇴임한 뒤 펴낸 리더십 책이다. 책에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멍청한 상사의 유형, 유능한 상사의 덕목이 정리돼 있다. 최근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부서장 리더십 교육용 교재로 430권을 구입하고, 김우호 인사혁신처장이 40여명의 인사처 국·과장들에게 이 책을 나눠주면서 세종관가에서 화제가 됐다.
김 전 위원이 버킷리스트를 버리라고 한 것은 “망하는 조직은 쓸 데 없는 일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전 위원은 “정부가 커지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며 “10가지 일 중 진짜 꼭 해야 할 일은 2개이고 나머지는 윗사람, 상급 감독부처, 국회, 청와대에서 떨어진 불요불급한 일들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 전 위원은 “위임 없이 모든 일을 챙기는 게 멍상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리더는 망원경을 보듯이 일해야 하는데 주사급처럼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는 총리, 사무관 32호봉처럼 일하는 장관, 새벽 1~2시에 업무지시를 하는 올빼미 시장을 많이 봤다”며 “이들은 직원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본인이 다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결과 조직은 늘 제자리에 머물고 발전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식으로 국정이 운영되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김 전 위원은 “좋은 대학을 나와 사명감에 불타던 신입 공무원들이 몇년만 지나도 시키는 것만 하게 된다. 그리고 가늘고 길게 버티자는 생각만 커지게 된다”며 “식당의 종업원이 괴로우면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듯이, 공직자들이 이렇게 피로에 찌들어 있으면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은 “앞으로 남은 문재인정부 1년이 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짧은 시기도 아니다”며 “수백개 국정과제를 모두 이행하려고 할 게 아니라, 부처별로 단 한 개씩 성과를 내는데 집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덜 중요한 일을 안 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게 전략”이라며 “각종 회의가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시간이 되면 직원들, 공무원들 모두 회의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은 “△밥 같이 먹기 싫은 상사 △말이 통하지 않는 상사 △배울 것이 없는 상사 △실력 없는 상사 △존재감 없는 상사 중 최악의 멍상사는 자신이 멍상사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상사”라며 “지금 시대에 필요한 유상사는 무서운 감독이 아니라 직원 스스로 움직이도록 북돋는 치어리더”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패한 상사들은 직원 시절 습관, 생각, 행동을 못 버렸기 때문”이라며 “버려야 일의 성과도 직원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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