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지는 DSR..분양아파트, 5000만원 모자라 입주 못하나
계약 마친 분양아파트 잔금 '소급적용' 관건
1년마다 갱신하는 신용대출도 애매
작년 6·17 대출 규제 때도 소급 적용 논란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오는 7월부터 시작하는 대출 규제에 대한 ‘소급 적용’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아파트를 분양받아 잔금을 앞둔 수분양자(분양 계약자)를 비롯해 지난해 신용대출을 이용해 집을 산 ‘영끌족’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만약 대출 규제를 소급 적용할 시 이미 계약을 마친 분양아파트일지라도 잔금을 치를 때 받게 되는 대출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집을 산 집주인이 신용 대출을 연장할 때 일부를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은행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지 않아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 1억원이 넘는 차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받는다. 내야 하는 원리금이 소득의 4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가장 큰 규제는 신용대출의 DSR 계산법이 바뀌는 것이다. 그동안 신용대출은 1년 만기 상품일지라도 관례적으로 매년 갱신을 해줬고, 이에 따라 ‘10년 만기’로 가정해 DSR에 반영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만기가 올해 7월부턴 7년, 내년 7월엔 5년으로 줄어든다. 만기 기준이 반으로 줄면 차주가 매년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문제는 ‘소급적용’ 여부다. 이미 대출을 받았다면 소급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이미 계약을 마친 분양 아파트도 포함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통상 분양아파트는 당첨 시 계약을 먼저 하고 2~3년 뒤 입주할 때 잔금을 치른다. 이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입주한다. 만약 새로운 대출규제를 소급 적용받는다면 수분양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6000만원인 A씨가 6억원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금(LTV 40%)은 2억 4000만원에 그친다. 여기에 더해 그전까지 A씨는 약 1억원을 신용대출(10년 만기·이자율 2.8% 적용)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규제가 소급적용된다면 A씨가 받게 되는 신용 대출액은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 온라인커뮤니티 이용자는 “정말 운 좋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는데, 대출규제 때문에 ‘영끌’ 해서 분양가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몇천만원이라도 부족하면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로부터 소급적용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었다”며 “고객들의 문의가 오긴 하지만 딱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분양자들이 이처럼 걱정하는 이유는 지난해 분양 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가 소급 적용될 뻔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6·17대책 당시 조정대상지역의 LTV를 축소하면서, 분양 아파트의 잔금 대출에도 규제를 소급 적용한 바 있다. 이후 수분양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 달 뒤 정책이 수정됐다.
수분양자 뿐 아니라 지난해 아파트를 ‘영끌’한 매수자들의 걱정도 이어지고 있다. 10년 만기의 신용대출일지라도 통상 1년 단위로 갱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신용대출로 아파트를 샀을 경우 DSR에 규제에 걸려 갱신 시 신용대출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영끌’해 집을 산 2030세대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건수는 지난해 4월 1183건, 5월 1391건, 6월 4013건, 7월 5907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국 대출규제도 큰 그림에서 보면 ‘수요억제’ 정책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집값이 크게 올라 무주택자들의 불안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규제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격차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급 적용이 될 시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신용대출까지 끌어다가 집을 산 2030세대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황현규 (hhky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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