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담배광고 규제에 업주들 '분노'.. "금연 효과 없고 우리만 피해"

김민정 기자 2021. 5.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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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못 팔게 하는 것도 아니고 창문만 가려서는 다른 품목 매출만 떨어질 뿐이다. ‘탁상 규제’ 때문에 흡연율은 변화가 없고 애꿎은 편의점 주인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만난 점주 강모(49)씨는 편의점 담배 광고물 규제에 대해 “어차피 담배는 목적이 뚜렷한 소비자가 찾는 상품”이라면서 “궁여지책으로 외부에 시트지를 붙이면 오히려 다른 상품 행사 정보가 가려져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편의점 밖으로 담배 광고물이 보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내의 영업 정지를 당할 수 있다. 담배 광고의 노출을 억제해 흡연율을 낮춘다는 취지지만, 편의점 업계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편의점 창 너머로 보이는 담배 광고물. /정영인 인턴기자

편의점 점주들은 담배회사로부터 광고판 설치 대가로 월 30만원 안팎의 광고비를 받고 있는데, 이번 규제로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광고 노출이 줄어들면 담배회사가 광고 단가를 낮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의 한 편의점 점주 김모(42)씨는 “코로나 이후 대학가는 손님도 크게 줄었는데 광고비까지 줄어들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편의점들은 광고를 가리기 위해 입구와 창에 반투명 시트지를 붙여야 한다. 이에 편의점 업계 종사자들은 매출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경기 용인에서 19년간 편의점 일을 한 50대 정모씨는 “편의점 투명창은 방범 효과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만든 규제”라며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여는데 늦은 밤에 직원이 혼자 있는 상황에서 유리창까지 가리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규제 시행이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속반의 키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광고 노출 여부가 달라지지만, 복지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편의점 설계와 광고판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규격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흡연자들도 편의점 담배 광고물 노출을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흡연율을 낮추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이모(32)씨는 “길을 걷다 담배 광고를 보고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담배를 살 때 흡연자들이 광고물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가격 인상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을 당시 남성 흡연율이 40.7%에서 37.9%로 감소하는 듯 보였지만, 이듬해 38.4%로 다시 높아졌다.

2016년부터는 담배 포장지에 경고문, 흡연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대한 경고 그림을 넣기 시작했지만, 역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대학생 홍모(26)씨는 “담뱃갑 그림은 보지도 않고 받아간다”며 “가격이 2배로 뛰어도 결국 흡연자들은 사서 피우는데 사진이나 그림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흡연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보다 높은 36.6%였다. 한국의 OECD내 흡연율 순위는 2014년 28개국 중 13위, 2016년에는 21개국 중 9위, 2017년에는 23개국 중 10위를 기록하면서 계속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은 국민건강증진법으로 금지됐었지만, 그동안 예외적으로 허용해준 것”이라며 “편의점 점주가 담배제조·수입사, 편의점 가맹본사 등과 협의해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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