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 '1만3000%' 급등.. GM마저 제쳤다
가격 상승 기대감에 급등세
일주일새 113% 올라 0.61弗
올초 비해 1만3000% 이상↑
발행량 무제한.. 폭락 가능성
6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지난주에 비해 113% 오른 0.69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거래됐다. 또 다른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서는 미국 서부시간 5일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0.61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30% 급등해 0.5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0.6달러선도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800억달러(90조원)로 몸집이 더욱 크게 불어났다.
도지코인의 시장 평가액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682억달러)와 미 정보기술(IT)기업 델 테크놀로지스(758억달러), 미 자동차 회사 GM(788억달러)을 앞질렀다. 미 경제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더는 “도지코인이 올 초부터 현재까지 1만3000% 이상 오르는 등 중력을 거스르는 랠리를 거쳐 유명 회사 10곳보다 평가액이 더 커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도지코인은 이달 들어 급등하고 있다. 업비트에서 지난 2일 440~460원대에서 오르내리던 도지코인은 3일 19%, 4일 25%, 5일 16% 등 3거래일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5일엔 800원을 넘어서며 한때 887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6일 국내에서는 한때 750원선 아래로 떨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10% 이상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도지코인의 ‘도지’(DOGE)는 한 유튜브에서 개(DOG)를 잘못 쓴 오타에서 나온 용어다. 이 오타는 2013년 시바견 사진과 함께 인터넷상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유명해졌다.
도지코인을 만든 IBM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의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도 이러한 인터넷 밈에서 나온 용어를 코인 이름으로 붙일 만큼 시작은 장난삼아 만들어졌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하는 가상화폐 시장의 광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난식 가상화폐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이 기존 화폐 대체, 블록체인 플랫폼 구현 등 명확히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비전이 있는 반면 도지코인은 실험성과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성 코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장난삼아 만들어진 도지코인에 투자 광풍이 불면서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지코인은 발행량이 정해져 있지 않고 무제한 공급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순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개발자인 잭슨 팔머도 2014년 발행량이 무제한이라 ‘돈벌이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가상화폐 전문가들도 도지코인 광풍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대다수다. 가상화폐 투자업체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기꾼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 도지코인에 베팅하다가는 많은 돈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제한 공급 정책인 반면 보유량이 소수에게 치우쳐 있어 그들에 의해 가격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0명도 안 되는 초기 투자자가 도지코인의 68%를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5명의 지분율이 40%에 육박한다고 알려졌다.
광풍이 일고 있는 가상화폐를 두고 은행이 고민에 빠졌다. 바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실명계좌가 의무사항이 된 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정작 은행은 수익성과 리스크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6일 은행권과 가상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실명계좌를 확보하고 있는 거래소는 업비트(케이뱅크), 빗썸(NH), 코인원(NH), 코빗(신한) 네 곳뿐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200여곳이나 되지만,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거래 조건을 갖춰 금융위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하면 영업을 종료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팍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는 계좌발급이 가능한 은행을 찾아 제휴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하면서 거래소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들이 거래소의 건전성을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법적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4대 거래소라고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이미 시중은행과 제휴를 맺은 상태에서 다른 중소 거래소와 제휴를 맺어봤자 뒤늦게 뛰어든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이 크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은행 내부에서는 “수수료가 얼마나 된다고 자금세탁 등 리스크를 떠안아 가면서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실제로 계좌 발급이 가능한 은행 17곳 중 절반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실명계좌를 제휴한 은행을 포함한 나머지 절반도 ‘위험성 때문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은행권에서 가상자산에 대해서 샅샅이 살펴보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실명계좌 제휴를 받은 4대 거래소도 안심하기 어렵게 됐다.
대표적인 가상자산 사업자 공통 평가 지침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특금법 의무 이행을 위한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인력 구성, 가상자산 사업자가 취급하는 자산의 안전성, 가상자산 사업자 재무적 안정성 등을 명시했다.
4대 거래소도 특금법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갱신해 오는 9월까지 금융위에 신고해야 하는데 현행 시스템만으로 실사와 검증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한편 일부 은행은 직접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거래소의 실명계좌 제휴와 별개로 가상화폐의 범위가 커지고 다양한 서비스가 가시화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가상자산 관리기업 ‘한국디지털에셋’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디지털에셋은 해치랩스, 해시드, 국민은행이 투자를 통해 설립한 회사다. 신한은행도 올해 1윌 가상자산 관리기업 ‘한국디지털자산수탁’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고, NH농협은행도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업체 ‘헥슬란트’와 손잡고 가상자산 보관 모델을 공동연구하고 있다.
남정훈·박진영·김범수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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