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 큰 장 서는데.. 임대는 있어도 특별공급은 '없다'

연지연 기자 2021. 5.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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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로또’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이달 중 분양에 나선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서울 강남권에서 오랜만에 나오는 대규모 단지로 한강변과 접하고 있는 데다 고급화에 나서 ‘강남 로또’로 손꼽히고 있다. 3.3㎡당 분양가는 5669만원으로 인근 아파트 3.3㎡당 시세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강남 로또’ 대상에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노부모 봉양, 기관추천 등 특별공급 대상자들의 자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은 특별 공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7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나올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 공고에 특별공급 대상 청약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분양을 하는 최소 평형인 전용면적 46㎡의 분양가가 10억원 수준으로 9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는 2018년 4월 국토교통부가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청약제도를 개편한 데 따른 것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과천시 등 전국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은 민영주택과 국민주택 모두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는 원베일리가 고가주택 밀집 지역으로 분류되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에 있어서 생긴 일이다. 그러나 고가주택 밀집지구가 아닌 곳에서도 특별공급을 찾기 어려운 경우는 있다. 지난해 8월 힐스테이트천호역 젠트리스의 경우도 특별공급 물량은 전혀 없었다. 일반분양 물량이 전용면적 84㎡로만 구성되면서 분양가가 모두 10억원을 넘은 탓이다.

문제는 집값 급등에 따라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의 둔촌 주공아파트의 경우도 그렇다. 업계에서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과 건축비 등을 고려해 둔촌주공 재건축 일반 분양가가 3.3㎡당 평균 3700만원 이상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로 책정되면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도 9억원을 넘는다. 전용면적 29㎡~49㎡짜리 집만 특별 공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자녀 특별공급을 노리는 이모(49)씨는 “전용면적 59㎡도 아이 셋에 우리 부부가 살긴 어렵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요즘은 구조가 잘 나오니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그 이하 면적으로는 실상 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강남권 고가 주택 단지에 임대주택은 넣으면서 특별공급 기회는 주지 않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약 희망자 허모(41)씨는 “원베일리 같은 고가 주택에 소셜믹스를 한다고 임대주택은 할당하고 스스로 돈을 벌어 사겠다는 특별공급물량은 넣지 않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원베일리의 경우 전체 가구의 4.9%에 해당하는 148가구가 임대주택이지만 특별공급 대상자 배정은 0가구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기대하는 청약 희망자 손모(39)씨는 “서울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평균 집값이 9억원을 넘는다던데, 특별공급 마저 없으면 저가점자인 나는 청약 당첨의 꿈을 버려야 한다”면서 “지난해 특별공급 기준을 완화는 왜 해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특별공급 청약에 걸려있던 소득요건을 130%에서 160%로 완화하고 생애최초 전형을 추가하는 등 특별공급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4~5년간 오른 집값을 감안하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4741만원이었다. 중위가격은 표본주택을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값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최근 몇년새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는데 13년 전에 규정한 9억원을 고가주택으로 여전히 보고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최근 집값 상승을 어느 정도로 용인할 지에 대한 고민을 부동산 정책 컨트롤 타워가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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