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넷 옐런發 금리상승 신호탄에..이주열 '완화적 통화정책' 메시지 달라지나

최효정 기자 2021. 5.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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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발언 美 긴축 신호탄? 한은 대응에 촉각
경기회복·인플레 우려에 금통위 매파 의견도
금리인상 내년 하반기보다 앞당겨지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팬데믹 위기를 딛고 급반등 중인 미 경제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한국은행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23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한은도 빨라야 2022년 하반기쯤이나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옐런 장관 발언으로 한은의 금리인상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미국 등에서 가파른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면서 연준의 금리인상이 당초 전망이었던 2023년에서 앞당겨지면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을 조기에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일찍 금리인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오는 27일 5월 금융통화원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옐런 장관 발언에 대한 이주열 총재의 평가를 확인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AP 연합뉴스

◇ 美 금리인상 신호탄?…연준 선 그었지만 조기긴축 가능성 높아져

옐런 장관은 지난 4일(현지 시간) 미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사전 녹화 인터뷰를 통해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하려면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의) 추가 지출이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완만한 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실물경제 과열 양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금리 상승이 나타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같은 옐런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4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61.61포인트(1.88%) 급락한 13,633.50에 마감돼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옐런 장관은 그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만나 “연준의 독립성을 인정한다”며 진화에 나섰고, 이후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나서 “통화 긴축은 시기상조”라며 갑자기 불거진 ‘기준금리 인상론’을 두고 사실상 선을 그었지만, 이미 월가 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파장이 컸다.

옐런 장관과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상관없이 미국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조기 긴축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 제기되는 상태다. 미 경제는 올 1분기(1∼3월) 6.4%(전 분기 대비·연율 기준) 성장한 데 이어 올해 연간 성장률이 7%대로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3월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팬데믹 대응 예산을 통과시켰다. 4조 달러 안팎의 추가 재정지출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막대한 ‘돈 풀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미 소비자물가는 3월 2.6% 올라 연준 목표치(2.0%)를 넘어섰다. 4월 이후 3%를 넘을 거라는 관측도 많다.

이주열 한은 총재

◇한은 대응에 쏠리는 관심…금리인상 앞당겨지나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스케쥴이 당초 계획됐던 2023년에서 앞당겨질 경우 한은은 한발짝 먼저 금리 인상에 돌입해야 한다. 한은은 연준보다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동시에 금리 인상 시점도 한 발짝 빨랐다. 미국 보다 금리가 낮을 경우 내외 금리차로 인한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당초 내년 하반기쯤에나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3년 8개월 만에 최대 폭(2.3%)으로 상승해 물가관리 목표(연간 2%)를 위협하고 있다. 가계부채 등의 증가로 금융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조기 긴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달 15일 열린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올해 1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며 “금융안정 이슈를 통화정책적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앞당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점이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 국민 대상 백신접종률이 30%를 넘어선 미국과 달리 한국의 접종률은 6.9%(6일 0시 기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지에 대한 의구심도 아직 걷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이주열 총재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상당수 금통위원은 현재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앞선 지난달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경기 회복 신호가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아직 커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 총재가 내놓을 새로운 발언에 모아지고 있다. 이 총재는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다음달 12일 한은 창립기념일을 계기로 추가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평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깜짝 발언'을 즐기지 않은 이주열 총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상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질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글로벌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요인들이 생기는 등 통화정책 운용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늘어나고 있어, 이 총재의 발언의 톤이 조금씩 바뀔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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