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지리각각] 해외여행, 먼발치서 바라만 봐야 하는 한국인

이규화 2021. 5. 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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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둑 갇혔던 해외여행 봇물
한국인 기다리는 세계관광지 다수
러시아는 백신접종 관광상품까지
코로나는 오버투어리즘 극복 계기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사람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소비를 크게 늘리는 보복소비(pent-up 현상)가 일어날 조짐이다. 보상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질 분야가 해외여행이다.'보복관광'은 무엇보다도 회복 강도가 셀 것이라는 게 관광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먼저 세계최대 관광대국(해외관광객수입액 기준) 미국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관광사업자협회(USTO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90%의 사업자가 올해 관광매출이 지난해 대비 증가할 것으로 봤다. 세계 최대 렌탈예약사이트 홈투고(HomeToGo)가 영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작년 대비 58%가 증가했고 25%는 여행경비도 더 지출하겠다고 답했다.

국내의 경우 최근 조사가 이뤄진 바는 없지만, 제주도 관광객 폭증현상을 보면 잠복된 해외여행 수요는 폭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어린이날인 5일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4만5427명으로 작년 5일(1만948명)보다 139.4%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3만7964명)보다도 20% 증가한 수치다. 바야흐로 1년 이상 코로나19라는 둑에 갇혔던 해외여행의 봇물이 터지기 직전 상황이다.

◇관광 강국 중심으로 여행객 문호 속속 개방=해외여행객에 문호를 처음 연 곳은 역시 관광강국 그리스였다. 관광업이 고용의 25%, GDP의 20%를 차지하는 그리스로서는 먼저 치고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는 지난 4월 19일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한국 호주 등 백신접종이 빠른 국가와 방역 관리에 성공적인 몇몇 국가의 여행객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들 국가 국민 중 접종 완료자나 도착 72시간 전에 유전자증폭검사(PCR) 음성판정을 받은 여행객은 그리스를 여행할 수 있다. 그리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달았다. 만약 도착 공항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그리스 정부 비용으로 최소 10일간의 자가격리를 제공한다.

세계에서 가장 백신접종률이 빠른 이스라엘은 이달 23일부터 관광객을 받는다. 앞서 지난달에는 자체 백신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러시아가 독일인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이 혜택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내놓아 독일관광객 50명이 모스크바에서 백신접종을 맞고 여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EU는 지난 3일 27개 전 회원국에게 백신 완료자에 한해 입국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EU는 일단계로 여행객 입국 허용 국가로 한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태국 중국 르완다 등 7개국을 지목했다. 한편, 이미 미국 하와이, 알래스카, 사이판과 몰디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휴양지들은 자가격리를 면제 중이다.

◇접종률 낮은 한국은 아직 그림의 떡=정부가 5일부터 1,2차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난 국민에 한해 자가격리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걸림돌은 제거됐다. 여행국에선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해도 해외여행을 갔다 돌아와 2주간 격리를 해야 하는 것이 큰 문제였는데, 이것이 해소된 것이다. 해외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백신접종 완료자와 음성확인 증명서를 갖고 있으면 여행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해외여행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1차 접종자는 6.9%(5일 기준)에 그치고 접종완료로 볼 수 있는 2차 접종까지 끝낸 사람은 29만8000여명으로 인구의 0.6%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고령층이거나 의료와 요양 관련 직종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해외여행은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그림의 떡인 것이다.

그럼에도 상반기까지 1300만명에 대한 접종을 완료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믿고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중이다. 심지어 정부가 백신 접종 대상자가 접종에 응하지 않아 남게 되는 노쇼 백신을 누구나 맞을 수 있도록 하자 노쇼 백신을 맞고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열렬 매니아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은 소수지만 백신 접종 완료자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여행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업계 처음으로 참좋은여행이 지난달 30일 괌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하나투어, 모두투어도 접종 완료자들의 입국을 허용하는 하와이, 몰디브, 두바이, 스위스, 베트남 다낭 여행상품에 대한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백신접종의 일정이 불투명한 관계로 이들 상품은 예약 위약금이 없다는 점이 코로나 이전과 다른 점이다.

◇코로나 이후 여행은 어떻게 변할까=코로나19 종식과 함께 회복될 관광산업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패턴을 보일 것임은 분명하다. 한국관광학회와 한양대관광연구소가 작년 5월 관광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관광동향에 대해 설문한 결과는 흥미롭다. 당시 해외여행이 봉쇄돼 국내여행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았는데, 예상대로 작년 하반기 국내여행 붐이 일어났다. 다중이용시설 등 인파가 몰리는 도심형 관광에서 자연풍광을 즐기는 자연 중심형 관광으로 옮아갈 것이라고 한 전망도 맞아떨어졌다.

위생을 더 신경 쓰게 됨에 따라 관광지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본 전망도 실제로 나타났다. 과시형 관광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광, 지역성을 경험하는 지역선호 관광, 저비용보다는 프리미엄급 숙박시설에 대한 선호도 증가도 예상대로였다. 힐링과 흥미충족 관광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작년과 올초 국내관광 동향을 보면 맞는 말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도 마찬가지였다. 홈투고가 작년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0년 렌탈 검색의 90%가 자연풍광을 위한 여행목적이었고, 캐빈(오두막집) 검색이 2019년 대비 143%나 급증했다. 렌탈 검색의 45%가 위생 정도를 고려해야 할 톱3 주요 요소로 보았다.

해외여행에서는 여행비자와 여권과 함께 건강증명서(백신접종확인서, PCR음성 판정서 등) 소지가 필수적인 규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현재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또 각국 관광당국이 감염병 예방 목적으로 여행객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되는 관광 패턴을 계기로 코로나 이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던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서 벗어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엔관광기구(UNWTO)는 인간과 지구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광의 책임 있는 회복'(responsible recovery of the tourism sector)을 촉구했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자는 주장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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