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대만 ‘치솟는 몸값’ 비결

김홍수 논설위원 2021. 5. 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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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창업주 모리스 창은 ‘대만 반도체 아버지’로 불린다. 미국 반도체 기업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귀국, 1987년에 TSMC를 창업했다. 그는 사업 모델을 미국 IT 기업이 주문하는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공장으로 설정했다. 미국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분업망을 개편하려는 흐름에 올라타기 위한 것이었다. “고객과는 절대 경쟁하지 않는다”는 그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애플이 세계 최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TSMC에 주문했다. 양쪽 다 대박이 났다. ‘윈-윈 모델’로 점수를 얻은 TSMC는 퀄컴, AT&T, 엔비디아 등 미국 IT 공룡 기업들을 단골로 확보했다. 세계 주문형 반도체 시장의 60%를 장악, 시가총액 세계 11위 기업이 됐다. 반도체 덕에 대만 경제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29년 만에 성장률이 중국을 앞섰다.

▶반도체는 대만의 지정학적 가치를 한껏 올려놓았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고 미국 중심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핵심 파트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전략회의’에 TSMC를 초대했고, TSMC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6곳 짓겠다고 화답했다. 대만 정부도 홍콩 사태 이후 미국의 반중 민주주의 연대에 적극 공조하고 있다. 1979년 대만과 단교했던 미국은 대만의 국제 기구 가입을 지지한다는 ‘G7 선언문' 채택으로 보상하고 있다.

▶2015년 중국 시진핑 주석과 대만 마잉주 총통은 싱가포르에서 66년 만의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어떤 세력도 우리를 갈라 놓을 수 없다”면서 ‘세기의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요즘 대만해협엔 전운이 감돈다. 중국 전투기가 연일 대만 항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중국 항공모함이 위력 시위를 벌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 머리기사에서 “대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대표는 중국발 대만 리스크에 대해 “우리에게 플랜B는 없다. 모든 게 TSMC의 어깨 위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대만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 경제도 망가진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간주하고 물심양면 지원한다. 최근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자 대만 정부는 벼 농사까지 중단시킨 채 반도체 공장에 물을 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어떤가. 미국 대통령이 “저걸 미국에 지었어야 하는데”라고 입맛을 다셨던 반도체 공장에 송전선 연결하는 것조차 도와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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