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724배, 강동 597배.. 중산층 덮친 '文정부 종부세'

정순우 기자 2021. 5. 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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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9억 넘는 아파트 폭증, 정작 강남·서초는 1.5배 증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종부세 대상 가구 4년 동안 강남·서초 1.5배 느는 사이 강동구 600배, 동작구 700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남강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서울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 수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난 곳은 동작구와 강동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곳에선 9억원 초과 주택이 500배 넘게 폭증했다. 같은 기간 강남·서초구의 종부세 대상 주택은 1.5배 정도 늘었다. 정부가 ‘보유세 현실화’ 명분으로 강행한 공시가격 과속 인상 정책의 충격이 부촌(富村)보다 중산층 거주지에서 더 컸던 셈이다.

6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 수는 2017년(1월 1일 기준) 8만8560가구에서 올해 41만2798가구로 366% 늘었다. 서울 전체 주택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3.7%에서 올해 16%로 높아졌다.

공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9만2378가구), 서초(7만3745가구)였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의 증가율은 각각 165%, 154%로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반면 동작구의 공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은 2017년 18가구에서 올해 1만3060가구로 724배 폭증했고, 강동구도 36가구에서 2만1533가구로 597배 늘었다. 서대문(106배), 성동(40배), 마포(21배) 등 다른 중산층 거주지도 종부세 대상 주택이 10배 넘게 늘었다. 윤한홍 의원은 “극소수 부자들의 부동산 과다 보유를 막기 위해 만든 종부세가 이제는 서울의 평범한 1주택자에게까지 적용되면서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며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만큼 실질적인 재산세 경감 방안 마련과 현실에 맞는 종부세 부과 기준 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비교적 집값이 낮은 지역으로 통하는 노원구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이 한 채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34.6% 급등하면서 368가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동대문구 역시 공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이 지난해 0가구에서 올해 2739가구로 늘었고 강북, 관악에서도 올해 처음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이 나왔다. 지난해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아파트를 매수한 직장인 박모(40)씨는 “올해 공시가격을 처음 확인하고 나도 종부세 대상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전세살이에 지쳐 대출받아 집을 장만했을 뿐인데 부유세의 상징인 종부세 대상이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집값보다 4배 더 오른 공시가격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소유자들이 내야 할 세금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윤한홍 의원실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재산세(주택분) 부과액은 1조4943억원으로 2017년(8979억원)에 비해 66.4% 늘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공시가격 변동 외에 해당 지역에 새 아파트 입주가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4년간 종부세 부과 주택 597배 늘어난 강동구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간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이 597배 늘어난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남강호 기자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는 낡은 아파트보다 공시가격이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 설명처럼 재건축·재개발로 신축 아파트 입주가 늘어나면 공시가격 평균값이 오를 수 있다. 실제 최근 4년간 9억원 초과 주택이 597배 급증한 강동구에서는 해당 기간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들의 입주가 잇따랐다. 하지만 서울 전체적으로 종부세 대상이 급증한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신축 효과보다 공시가격 과속 인상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보다 공시가격 상승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는 점도 납세자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이다. 정부가 “가장 신뢰할 만하다”며 자주 인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4년간 18.3%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72.8% 올랐다. 집값보다 공시가격이 4배가량 더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정부가 “호가(呼價) 중심이어서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한 KB국민은행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38%)보다도 공시가격 상승 폭이 더 크다.

◇종부세 기준 12년째 제자리…“현실화해야”

공시가 급등으로 종부세 대상이 크게 늘어나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집값은 급등한 반면, 종부세 기준은 12년째 그대로여서 서민·중산층 피해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현행 1주택자 종부세 기준인 ‘공시가격 9억원’은 2009년 정해졌다. 과거 고급 주택을 대표하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전용면적 124㎡(38평)의 공시가격은 2009년 9억6800만원에서 올해 17억5600만원으로 81% 올랐지만 종부세 기준은 그대로다. 그 결과, 과거엔 종부세와 거리가 멀던 아파트들도 대거 종부세를 내게 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의 2009년 공시가격은 6억5200만원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에 한참 못 미쳤지만, 올해는 공시가격이 16억1300만원이어서 종부세 420만원을 포함해 총 944만원(장기 보유 및 고령자 공제는 없다고 가정)의 보유세가 부과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종부세는 부유세인 만큼, 집값이나 공시가격이 오른다고 부과 대상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도입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바뀐 현실에 맞춰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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