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도 고급 화장품 찾으며 '로드숍' 위기

이지윤 기자 2021. 5. 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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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로드숍 몰락에는 중국인 관광객 급감, 코로나로 인한 유동인구 감소 등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저가 화장품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급화 여력이 없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아예 '탈화장품'으로 전환해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면세점 고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로드숍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화장품 시장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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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 1년간 매장 150여개 닫아 ..저가 화장품 수요 자체가 감소
중국 소비자도 고가 제품에 몰려.. 생존위해 업종 전환하는 브랜드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저가 화장품 수요가 줄면서 서울 명동 거리의 로드숍 매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 지난달 30일 찾은 이곳은 2층 규모의 매장이 텅 비어 있었다. 직원들만 선반 위 제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주변 로드숍도 상황이 비슷했다. 손님이 있는 곳을 찾기 어려웠고 임시휴점, 폐점 등으로 문을 닫은 가계가 한 골목에만 서너 곳에 달했다.

소비 양극화로 인해 국내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의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로드숍 브랜드들은 실적 부진에 폐점이 잇따르고 있다.

○ 비어가는 매장, 서울 명동의 위기

신모 씨(23·여)는 “예전엔 사야 할 물건이 없어도 친구들과 구경할 겸 로드숍을 갔는데 요즘엔 가끔씩 나오니 주로 백화점에 가게 된다”며 “친구 생일선물로도 저렴한 로드숍 제품을 주는 건 민망한 분위기라 찾지 않게 된 지 꽤 됐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들은 “로드숍 자리 매물이 작년부터 쏟아져 나왔지만 들어오겠다는 임차인이 없어 문을 닫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뛰드하우스는 2019년 275개였던 매장을 올해 150여 개로 줄였고 1세대 로드숍인 미샤도 최근 1년 150여 곳을 폐점했다. 명동의 중개업소에서는 “명동 메인 거리는 임대료가 20평 기준 월 1억 원가량”이라며 “화장품 구매가 최근 온라인이나 백화점으로 옮겨간 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이런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현황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업종의 폐점률은 28.8%로 도소매업종 중 가장 높았다.

○ 저가 화장품 수요 감소에 타격

로드숍 몰락에는 중국인 관광객 급감, 코로나로 인한 유동인구 감소 등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저가 화장품 수요 자체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자기만족적 소비를 지향하는 2030 여성을 중심으로 고가 제품 수요가 높아졌다. 보복 소비도 고가의 백화점 브랜드에 몰린다. 실제 같은 날 찾은 명동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업계 관계자는 “로드숍은 원래 브랜드 충성도를 가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식으로 운영됐지만 이커머스와 H&B스토어가 성장하며 그런 장점이 크게 퇴색됐다”며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가성비 높은 제품은 온라인으로 사고, 고급 제품은 매장을 일부러 방문해 구매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로드숍 브랜드의 주요 고객이던 중국인 소비자 역시 고급화로 트렌드가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로드숍 수준의 제품은 중국에서 자체적으로도 생산해 소화가 가능해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급 제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한 LG생건은 코로나에도 실적이 뛰었고 아모레퍼시픽 역시 뒤늦게 방향을 수정해 실적을 개선했다. 최근 화장품 사업에 새롭게 진출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럭셔리 브랜드 ‘푸아레’를 론칭했다 .

고급화 여력이 없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아예 ‘탈화장품’으로 전환해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니모리는 지난달 프리미엄 사료 제조업체인 ‘오션’을 인수해 펫푸드 사업 진출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매장의 절반가량을 닫은 클리오는 최근 사업 목적에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추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면세점 고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로드숍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화장품 시장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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