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따라하는 포퓰리즘 확산… 정치 무기력하니 기업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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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신 논설위원의 인터뷰]
J노믹스 설계자 김광두 원장의 한국경제 진단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경제 멘토 역할을 하며 J노믹스를 설계했다. J노믹스는 인력 양성, 특히 여성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사람 중심 성장경제’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당시 문 후보는 유세에서 J노믹스를 외쳤다. 그런데 집권 후 상황이 달라졌다. J노믹스 대신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 52시간 등을 앞세운 친노동·반기업 편향의 소득 주도 성장이 문 정부의 국정 중추가 됐다. 하지만 문 정부 1년 만에 마치 역병이 대유행하듯 곳곳에서 경제가 무너져 갔다. 일자리가 대거 증발하고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고 수십만 자영업자가 줄도산했다.
당시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었던 김 원장은 “이건 아니다”라며 소주성을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2018년 말 부의장직을 사퇴했다. 그가 평생 교편을 잡았던 서강대 남덕우경제관에서 김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정치권은 지금의 난국을 헤쳐갈 능력을 상실했고 지식인도 힘이 없다”며 “나라를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을 유력한 주체는 기업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행복지수는 문 정부에서 가장 낮아
―벌써 4년이 흘렀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나라 안팎에서 거센 변화가 일고 있지만 우리의 적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먼저 인구 감소가 매우 심각한데도 대응하지 못한다. 시장경제의 최대 약점인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청년 4명 중 1명이 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지식 축적은 멈춰 있다. 정치 포퓰리즘은 이제 일반화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다 따라가는 양상이다.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문 정부에 가장 아쉬운 부분은?
“국가는 유기체다. 구성 인자의 상호작용으로 발전한다. 어느 한쪽만 살아있으면 유기체가 아니다. 예컨대 부동산 시장에는 전·월세 시장이 있고 매매 시장이 있다. 두 가지는 연결돼 있다. 그런데 세입자만 보고 정책을 편다.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문 정부 하는 일이 모두 그렇다.”
―왜 그런 실패가 반복되는가. 문 정부에 전문가가 없는 건가?
“정권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에 앞서 정권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에 앞서 진영 먼저 생각한다. 그러면 분열한다. 모든 것이 ‘내 세력’ 기준이다. 경직된 진영 논리에 집착하다 보니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는다.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의 정책이 진영 논리에서 수립됐다.”
―소득 주도 성장은 생명을 다했다고 보나.
“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문제는 속도다. 우선 기업이 살아야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소주성 때문에) 기업이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니까 고용을 줄이고 그 결과로 근로소득이 줄었다. 처음부터 원하던 상황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만나 소통하는 모습도 보이고 규제 혁파와 혁신 성장도 강조했는데.
“행사 장소에 장관들까지 앉아 있는데 기업인들이 무슨 말을 하겠나. 기업인은 사무관도 무서워한다. 그런 행사는 의미도 없고 효과도 없다. 문 정부는 오히려 반(反)기업법들은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기업을 밟고 있다.”
―어느 정부나 공과(功過)가 있다. 문 정부를 평가하면?
“갑질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그걸 빼면 잘한 것을 찾기 어렵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조사한 국민행복지수를 보면 문 정부가 가장 낮다. 문 정부에서 국민이 더 불행해졌다. 국가 부채가 심각하다. 공기업 부채까지 합하면 국가 부채 비율이 올해 60%가 넘어갈 것 같다. 이것을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도 엄청나게 늘었다. 증가 속도만 보면 한국이 세계 1위다. 부채공화국을 만들어놨다. 부채에 발목 잡힌 상태에서 경제 위기를 맞는 끔찍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산업구조가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민간의 경쟁력은 버티고 있지 않나.
“민간 부문도 약해졌다. 산업구조의 노쇠화가 심각하다. 반도체 때문에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산업구조 자체가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 능력도 형편없다. 박수받은 정책이 있나. 한국이 왜 이렇게 됐나. 선거만 생각하는 진영 논리가 모든 걸 지배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나.
“정치권은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잃은 상태다. 양극화가 더 심해진 상황에선 포퓰리즘으로 갈 수밖에 없다. 소외된 약자들의 정치적 요구가 더 강해질 것이다. 그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면 정권을 잡을 수 없다. 지식인도 힘이 없다. 나는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어떻게 해결사가 되나. 기업엔 또 다른 부담 아닌가?
“삼성을 비롯한 5대 그룹이 행동에 나서면 된다. 고용, 통상외교, 정책 창출 등 다방면에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 대기업들이 미래 산업을 위해 기존 직원들을 교육 훈련에 투입하면 그만큼 신규 채용 여력이 생긴다. 보육 문제도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아이들 밀집 지역에 보육 시설을 짓는 방법이 있다. 미국에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외교협회가 정부의 통상외교를 적극 지원한다. 싱가포르처럼 모든 부처의 관련 공무원들이 수시로 온라인에 접속해 정책 흐름과 상황을 파악하고 논의하는 ‘플랫폼 정부’도 서둘러야 한다. 실시간 논의하면서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김 원장은 “5대 그룹이 앞장서면 다른 기업,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국민 사이에서 기업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민심이 기업 편에 서면 결국 정치도 강성 노조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다음 정부에서 시도해볼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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