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산 깎는 대신 안면도 황무지에 국내최대 태양광·관광단지 짓습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충남 태안 안면도 동쪽 내해(內海)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선다. 1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300MW의 국내 최대 규모다. 대상 지역은 10여년째 황무지처럼 방치되던 땅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태안안면클린에너지의 김권성(46) 대표는 “태양광도 적절한 곳에 제대로 지으면, 전력 생산뿐 아니라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태안안면클린에너지가 이 땅에 주목한 것은 2017년 무렵이다. 이 땅은 원래 지역 주민들이 염전을 일구거나 소를 키우는 목초지로 사용하던 곳이다. 하지만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지역 주민들이 고령화되면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이 됐다. 안면도 서쪽은 낙조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 관광지로 개발됐지만, 안면도 동쪽은 그런 관광자원도 부족했다. 이 때문에 이 땅의 소유주인 두산그룹이 다양한 개발계획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태안안면클린에너지는 자연친화적인 태양광 발전 단지를 만든다면 지역 주민과 상생하면서 국토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태양안면클린에너지는 총 600만㎡(약 180만평)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 관광 체험이 가능한 목장을 짓기로 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과 수목원을 둘러본 후, 이곳에서 체험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멀쩡하던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시설을 우후죽순 짓다보니, 태양광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했다”며 “이런 선입관을 없애고, 안면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태양광 단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99년 산업통상자원부(행시 42회)에 들어가 20년간 근무하다 2019년 퇴직했다. 이후 1년 정도 로펌에서 일하다 작년에 이 회사에 대표로 영입됐다. 김 대표는 “수익성만 따지지 않고, 공익성도 함께 추구하겠다는 사업 목표에 끌렸다”며 “공직을 나와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 5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지역과 상생하는 사업모델에 공감한 신한금융그룹 등이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고 있다. 땅은 두산으로부터 25년간 장기 임대했다. 태양광발전을 위해 필요한 발전사업허가와 환경영향평가는 모두 끝났다. 마지막 인허가 절차인 최종개발행위허가도 8월쯤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허가를 담당하는 충남도청과 태안군청도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에는 충청남도·태안군·서부발전 등과 ‘지역 상생형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기로 했다. 김 대표는 “태양광을 대규모로 지으면 송전망 구축 같은 인프라 투자비도 아낄 수 있고,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장기적으로는 태양광과 관광자원을 결합한 사업 모델을 해외에도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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