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액공제 확대 추진..업계 "52시간·규제개선도 시급"
업계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저조, 세액공제율 50% 필요"
중대재해법·화평법·화관법·근로기준법 등 산업법 개선 요구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유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통해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한다. 반도체 연구개발(R&D)·시설투자는 세액공제를 더욱 확대하고 금융 지원과 인력 양성 규모도 늘릴 계획이다. 최근 수급 불안을 겪는 차량용반도체는 품목·기술 개발에 나선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 방침에 환영하면서도 전향적인 세제 혜택과 인재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와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규제 개선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6일 열린 제9차 혁신성장 BIG3(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 반도체) 추진회의를 통해 반도체 투자 관련 재정·세제·금융·규제 핵심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디지털경제 전환, 슈퍼사이클 도래 등으로 반도체 산업 중요성과 비중은 더 확대될 것”이라며 “종합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 K-반도체 벨트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R&D와 시설투자에 추가 세액공제 확대를 검토한다. 현재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기준 일반 R&D에 0.2%, 시설투자 1%고 신성장·원천기술은 R&D 20~30%, 시설투자 3% 수준이다.
정부는 일반·신성장·원천기술 외 별도의 세액공제 방안을 만들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스템 반도체에 대해서는 현재 55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영 중으로 소부장 반도체펀드 1000억원,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BIG3 모태펀드 1000억원, 시스템 반도체 상생펀드 500억원 등 2800억원을 신규 조성할 계획이다.
시설 자금에 대해 산업은행이 장기 저리 융자 프로그램을 추가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석·박사 4700명을 포함해 1만7000명의 인력을 양성하기로 한 계획도 확대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양성 규모를 두 배로 키우고 연간 1856명인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인력 양성 목표 상향조정을 추진하고 대학 내 학과 조정, 대학원 정원증원 기준 개정, 공동학과 신설을 통해 현 제도 내에서도 인력 양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물량 부족을 겪고 있는 차량용반도체는 수급 불안이 5월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부품 신속통관 지원, 출입국시 신속검사와 함께 5일 시행한 백신접종 시 자가격리 면제 제도를 활용해 기업의 부품 조달을 지원할 예정이다.
단기간 사업화 가능한 품목은 현재 14개 발굴했으며 이중 공급-수요가 매칭된 10개 품목은 이달 중 사업공고를 거쳐 소재·부품·장비 양산성능평가사업으로 신속 지원할 예정이다.
반도체 세제·금융지원과 인력 확보는 그동안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내용들이다. 한국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비해 시스템 반도체 등은 기술 경쟁력이 경쟁국에 비해 낮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어서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전문가 1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스템 반도체 중 차량용 반도체 설계의 경쟁력 수준은 기술 선도국·업체를 100으로 했을 때 59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설계 경쟁력도 56에 그쳤다. 메모리 반도체 설계(92), 공정(95)이 90을 넘은 것과 비교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우려되는 요소로 ‘반도체 고급 기술 인력 수급 및 양성 시스템 부족(14.0%)’를 꼽아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많은 23.0%가 ‘R&D·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과감한 세제 혜택’을 꼽았다.
정부는 이날 세제 지원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업계 요구에 부합한 수준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세액공제율을 50%까지 상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기업의 시설투자·R&D 세액공제율이 낮게는 1%, 최대 30%인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행령 개정으로 세액공제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비·시설이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제·금융 지원 뿐 아니라 규제 개선도 화두다. 중대재해법을 비롯해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등의 주요 산업법의 규제 완화를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가 인력난을 겪는 상황에서 선택근로제 도입 등 주 52시간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분야는 R&D 등 연구직 비중이 높은 만큼 획일적인 근로 기준을 적용하는 게 오히려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김태윤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에 공장을 잇달아 짓고 있는 상황에서 R&D 등 핵심부서만이라도 예외를 적용해 국내에 유지해야 한다”며 “선택근로제나 노조와의 계약을 통한 주 52시간 완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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