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2' 사기꾼 조희팔은 살아있다? 피해액 5조원 다단계 사기 전말(종합)

서유나 2021. 5. 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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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피해자 수 7만 명, 피해액 5조 원에 달하는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월 6일 방송된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이하 '꼬꼬무2') 9회에서는 '14년간의 추적 : 죽지 않는 남자 조희팔'이라는 제목으로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에 대해 파헤쳤다.

이날 국민 1000명 중 1명이 피해자, 무려 4조 원의 피해액을 낸 조희팔의 사기 수법이 드러났다. 우리나라 다단계 회사 원조격은 SMK 출신인 조희팔은 이후 BMC라는 다단계 회사를 창업했다.

BMC는 의료기 역 렌털 사업을 하는 회사. 조희팔은 안마기, 찜질기 같은 의료기를 440만 원에 사면 그걸 회사에서 설치하고 관리해 배당금을 돌려주겠다고 홍보를 했다. 그 배당금은 공휴일을 빼고 매일 평균 3만 5천 원. 8개월이 지나면 원금, 이자를 다 합쳐 581만 원이었다. 은행 이자가 평균 4%이던 때, 연이율 48%에 달하는 고수익은 서민들을 혹하게 만들었다.

너무 큰 이자율은 조금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피해자들이 조희팔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조희팔의 회사는 새로운 가입자의 돈으로 일명 '돌려막기'를 하며 4년 동안 매일 배당금을 지급했다. 당시 사기 피해자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정확한 시간대에 정확하게 돈이 들어왔다. 어느 순간 끊기면 모르겠는데 1년, 2년이 지나도 돈이 들어오니 그제서야 넣기 시작한 사람도 많았다"고 증언했다.

이런 조희팔은 용인술이 뛰어났다고 전해졌다. 그 중 특히 오른팔 강태용은 '조희팔의 걸어다니는 수첩'이라고 불렸다. 이는 그가 조희팔의 자금과 장학생을 관리했기 때문. 장학생이란 조희팔로부터 뇌물을 받은 이들로, 강태용은 지연, 학연을 총동원해 조희팔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그리고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하던 때도 이런 수첩 하나를 들고 갔다고 전해졌다. 이 수첩엔 정관계 로비 리스트와 은닉 재산 관련 사항이 전부 전혀 있기에 판도라의 상자나 마찬가지였다.

이 수첩은 조희팔의 도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조희팔 수사팀의 정 경사 역시 사실은 조희팔의 장학생이었다고. 조희팔의 중국 도피 시절에도 조희팔을 만났던 그는, 결국 공항에서 뇌물로 받은 명품을 세관에게 들키며 발각됐다. 총 1억 원 상당을 받았다고 알려진 정 경사. 대신 정 경사는 수사 정보를 넘겨주고 대여 금고를 만들어주고 뇌물을 대신 전달하기도 했다는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대구경찰청 강력계장 역시 당시 9억을 받고 조희팔의 도망을 도왔다고 알려졌다.

그러던 2011년, 조희팔이 중국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 역시 의문이었다. 당시 검경이 조희팔이 죽었다고 결론 지은 이유는 조희팔의 장례식 풍경 영상과 화장 증명서 때문. 그러나 장례식을 카메라로 촬영한다는 것도, 사망 8일 전 발행한 화장 증명서도 평범한 사람을 납득시키기엔 어려운 증거였다. 중국에선 화장 증명서가 단돈 18,000원에 조작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2012년 2월 조희팔의 집사로 알려진 외조카의 통화 내역이 공개되며 생존설이 더욱 수면 밖으로 올라왔다. 당시 외조카는 통화 중 "이번에 가니까 삼촌이 그러시더라. 삼촌이 노발대발이다. 벌써부터 나 잡으려고 나 죽이려고 작당한 게 아닌가 삼촌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삼촌이란 조희팔을 의미했다.

이후 검경은 각자의 자존심을 걸고 이중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희팔은 커녕 조희팔의 장학생들만이 줄줄이 잡혔다. 조희팔이 그동안 뇌물로 준 돈은 무려 35억 원. 단순 사기사건이 부패 사건으로 발전된 순간이었다.

피해자들은 이런 와중 조희팔이 들고 밀항했다고 알려진 손가방에 주목했다. 피해자들은 사비로 수배 전단을 만들고 현상금을 걸고 중국 전역에 호소를 했다. 덕분에 중국에선 제보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눈에 띈 건 제보가 유독 칭다오라는 지역에 쏠려 있다는 것.

이에 탐사보도 전문 기자 정희상 기자는 곧장 중국으로 날아갔다. 제보자인 중국인 여성 2명은 조희팔과 한국인 여성이 시중 들어줄 여성을 찾고 있어 면접을 봤다며, 조희팔 사진을 보자마자 "이 남자가 틀림없다"고 동시에 외쳤다. 이후 기자는 면담 장소의 직원에게도 조희팔의 얼굴을 정확히 확인받았다. 그렇게 조희팔 검거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중국 공안은 며칠만에 "체포한 사람은 조희팔이 아니다. 외모가 닮아 헷갈린 것"이라는 통보를 했다. 피해자들은 직접 조희팔 의심 인물을 만나려 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지문 대조 결과는 불일치였다.

그러던 중 2015년 자금관리인 강태용이 조카 유씨의 제보로 도주 7년만에 검거, 한국으로 송환됐다. 하지만 강태용이 검거된 지 열흘만에 조희팔의 조카 유 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인에게 보낸 '조용히 가고 싶었지만 딸이 눈에 밟힌다'라는 내용의 문자가 존재했다. 유씨에겐 생후 100일 된 딸이 있었다. 이에 주변에선 조희팔의 보복살인 소문이 무성하게 돌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유 씨 사망 이틀 후 대구경찰청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조씨의 왼팔 브레인 배상혁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수하고 싶다. 오후에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태용, 배상혁 검거에도 불구하고 검경은 이후 조희팔의 생존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며 그의 죽음을 공식 발표, '공소권 없음'을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검경이 여전히 조희팔을 비호하고 있다며, 그의 사망을 믿지 않았다.

재수사 결과 피해자의 수는 7만 명이 됐고, 피해액은 5조 원이 됐다. 환수한 조희팔의 돈은 고작 952억 원. 7만 명에게 이 돈을 똑같이 나눠주면 136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희대의 사기사건이 이날의 손님 송경아, 박성광, 김가영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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