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바이든 대북정책과 갈림길에 선 韓외교

남상훈 2021. 5. 6. 22: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비핵화 목표 실용적 접근
北 반감 표출.. 대화 재개 난망
文 정부 미·중 격돌속 진퇴양난
슬기로운 외교·안보정책 필요

4월 30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그간 검토 중이라던 대북 정책에 대한 조율이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그 내용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 단계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과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인 접근으로 요약된다. 한국 정부가 그토록 희망하던 싱가포르 합의, 즉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에 기초할 것이란 입장도 전해진다. 그 방식은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 우리 보수 정부가 추구한 일괄합의-일괄 비핵화,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합의-단계적 이행 방안과는 차별된다. 토니 블링컨의 뉴욕타임스 기고(2018.6.11.)에서 암시하듯이, 이란 핵협상 방식인 잠정 합의에서 포괄적 합의로 이행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합의 가능한 부분을 우선 합의하고 실행하자는 북한의 단계적인 접근법과도 유사해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문재인정부에 일견 희망을 주는 듯 보인다. 오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 따라 개최되는 첫 문·바이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배려한 모양새다. 외교를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실현 가능한 단계적인 접근을 선호하고, 문정부의 희망대로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해 접근하겠다고 한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발표 다음 날인 5월 1일 “조기에 북·미 협상이 재개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해서 공조하겠다”고 호응하였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북·미 관계는 코로나 백신공급 문제(미국 입장에서는 반도체·기술 협력)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그런데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비난을 하였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역시 대남 담화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1일 의회 연설에서 북을 심각한 위협이라고 한 내용을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은 올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에서 밝혔듯이, 정세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을 굳히고, 자력갱생과 핵·미사일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술적인 판단을 위해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조정을 기다렸으나, 이제는 자신들의 확신을 굳힌 듯하다. 미국 역시 사실상 단기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나 유화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선 듯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단계적 접근이란 장기전을 상정한 것이고, 대북 정책은 미·중 전략경쟁에 종속되어 있다. 미국은 3월 11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밝힌 바처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미 인도·태평양 방어체계와 연결하는 프로젝트(USINDOPACOM JEON)를 추진 중이다. 연내 완료될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중국이 강하게 요구한 ‘3 Nos’(추가배치, 미국 방공미사일망 편입,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정책을 유지할 수 없게 한다. 한·중 관계는 다시 폭풍 속으로 진입 중이다. 북한은 이러한 냉전의 세계가 자신의 생존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다. 북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중 안보갈등이 치열해질수록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로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고, 내년 2월 개최될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석하여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든 남북평화협력의 메시지를 선포할 수 있다면 3월 대선을 앞두고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안타깝게도 문재인정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 사드 업그레이드는 그 결정타이다. 전략적 이해로 볼 때, 북한 역시 문재인정부가 희망하는 바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