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가 찍은 5·18 '최후 항전' 사진 최초 공개

김애린 2021. 5. 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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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래된 가족사진 한 장입니다.

새 옷을 입고 아빠 옆에 선 천진난만한 어린이 모습도 보이는데요.

여덟 살 전재수 군입니다.

하지만 불과 몇년 뒤 전재수 군은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1980년 5월, 12살 나이로 마을 앞동산에서 계엄군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난 겁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찾지 못 해 묘비에 담지 못했었는데 41년 만에 초등학교 입학 기념 사진이 발견되면서 어제(5일) 어린이날을 맞아 그리운 얼굴이 묘비에 새겨졌습니다.

흑백사진 속 가족의 행복을 앗아간 비극은 당시의 한 외신기자가 찍은 또 다른 사진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최후 항전의 날 계엄군이 휩쓸고 간 전남도청 내부의 실상이 여실히 기록돼있는 사진들이 처음 공개됐는데요.

이 소식은 김애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옛 전남도청 경찰국 2층 복도.

교련복을 입은 두 청년이 숨진 채 쓰러져 있습니다.

계엄군이 탁구대를 들것 삼아 시신을 도청 밖으로 옮깁니다.

당시 광주상업고등학교 1학년 안종필, 문재학 열사입니다.

철제의자가 뒤엉킨 바닥에 누워있는 한 남성.

마지막까지 계엄군에 맞섰던 김동수 열사입니다.

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도청을 진압한 직후의 참혹했던 상황입니다.

당시 상황을 흑백 사진으로 남긴 사람은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서울지부 기자였던 노먼 소프.

도청 진압작전 이후 가장 먼저 내부를 취재한 기자입니다.

노먼 소프가 촬영한 사진 2백여 점이 41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유족들조차 볼 수 없었던 사진입니다.

[김동채/고 김동수 열사 동생 : "아마 그 장면(사진)을 제가 진작 알았었더라면 제가 이 자리에 지금 맨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입니다."]

노먼 소프는 80년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광주의 참상을 기록했고, 도청 최후항전에서 숨진 희생자 17명 가운데 10명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은 희생자들의 사망 장소를 특정할 수 있어 진상규명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의/5.18기념재단 연구위원 : "도청 마지막 진압장면에 대해서 그럴듯한 소설을 써서 왜곡시켜왔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사진입니다."]

노먼소프의 미공개 사진을 볼 수 있는 특별전은 7월 말까지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서 이어집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김애린 기자 (thirst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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