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국제 노선 끊겼는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땐 지원금? 광주·전남 '탁상행정'에 여행업계 "황당"

강현석 기자 2021. 5. 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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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 이상 유치, 광주 숙박 땐
전세버스 1대당 40만원 지원
크루즈선 이용 때에도 혜택
폐업 위기 여행사들 반발에
시 "국내 관광객 지원 전환"

[경향신문]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광 목적의 외국인 입국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데려오면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혀 여행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폐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정책을 관행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광역자치단체들은 올해도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고했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에 입국할 경우 2주간의 자가격리가 필수여서 관광 목적의 외국인 입국은 사실상 없다. 무안국제공항 등 지방공항 대부분은 국제선 항공노선도 끊겨 외국인 입국자가 없다.

하지만 광주시는 ‘광주시 관광산업 활성화 조례’를 근거로 ‘국외 관광객 유치보상금’과 ‘무안공항 이용 관광객 유치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공고했다. 15명 이상 외국인을 유치해 광주에서 숙박하고 관광지와 식당 1곳 이상을 들르면 전세버스 비용으로 1대당 40만원을 지원한다.

1박을 할 경우 1인당 2만원, 2박에는 1인당 4만원을 지원한다. 당일 여행에도 1인당 6000원의 지원금이 있다. 광주 인근 무안국제공항에 전세기를 동원해 외국인 관광객을 실어오면 관광객 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을 준다. 광주시가 올해 책정한 예산은 1억원이다.

전남도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4인 이상 외국인이 도내에서 1박 이상을 하고 유료관광지 2곳 이상을 방문하면 숙박비와 교통비로 1인당 각각 1만원씩을 지원한다. 관광지 입장료도 1인당 5000원 범위에서 지급한다.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부정기 노선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최소 1인당 2만5000원을 지원한다. 무안공항 정기노선을 이용해도 편도는 2만원, 왕복은 3만원을 준다. 국제 크루즈 관광 상품 역시 1인당 1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남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지원금으로 올해 1억8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다만 전남도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국내 거주 외국인도 ‘외국인’에 포함시켜 여행사가 단체관광을 유치하면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4월까지 광주시와 전남도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 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는 1곳도 없었다.

여행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광주지역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항공기가 모두 끊겼는데 ‘외국인을 유치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런 예산은 사실상 폐업 상태인 업계 지원금으로 사용돼야 하는데도 지자체가 관행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광주시는 해당 예산을 국내 지원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외 관광객 지원금을 국내 관광객 지원금으로 전환하고 4인 이상 소규모 여행객을 유치해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변경해 다시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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