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사이로 손 마주잡고 면회.."우리 엄마 손 힘이 이렇게 셌어?"
[경향신문]
“우리 엄마 손 힘이 이렇게 셌어?” 지난달 말 서울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 면회실인 ‘가족의 거실’. 박영순 할머니의 아들은 오랜만에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는 이렇게 말했다. 김정례 할머니는 ‘가족의 거실’에서 자식들이 가져온 옛 사진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막내아들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면서는 그리움에 눈물을 보였다.
코로나19로 누구나 사람 사이의 단절을 겪고 있지만, 감염 확산에 취약한 노인요양시설 등에선 지난해 2월부터 면회가 금지 또는 제한돼 이용자와 가족들이 사실상 ‘이산가족’으로 1년 이상 지내야 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요양시설 이용자와 가족들을 위해 비대면 이동식 면회공간 ‘가족의 거실’을 개발해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 지난달 말 시범 설치했으며, 이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6일 밝혔다.
현재도 거리 두기 단계 및 각 시설의 운영방침에 따라 인원을 제한해 면회가 가능하지만, 유리 출입문이나 투명 비닐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식이다. ‘가족의 거실’은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도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면회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가족의 거실’은 약 15㎡(4.5평) 면적의 이동식 목조주택이다. 휠체어와 이동형 침상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로, 뻐꾸기시계와 달력 등을 배치해 가정집 거실처럼 꾸며졌다. 이용자와 가족은 출입문을 따로 쓰고 면회실 안에서도 유리창을 두고 만나도록 해 감염 우려를 차단했다. 환기 및 소독도 상시 진행한다.
특히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에 사용되는 방역 글러브를 설치해 서로 손을 잡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작은 목소리도 선명하게 잡아내는 양방향 고성능 음향시스템도 설치됐다. 벽에 설치된 대형 화면으로 면회 현장에 오지 못한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이곳에서 즉석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서울시는 면회 가족이 없는 이용자들은 이곳을 영화·미술작품 감상 및 체조, 기도, 명상 등을 할 수 있는 여가·취미활동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가족의 거실’의 디자인 매뉴얼을 오픈소스로 무상 개방해 다른 시설도 도입·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선 그동안 주말 면회만 가능했지만 ‘가족의 거실’을 도입한 후에는 평일과 주말 모두 면회가 가능하다. 사전 예약제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면회 가능 인원은 2명, 시간은 10분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 ‘가족의 거실’을 찾아 “어르신들이 코로나 때문에 면회 못해 답답하실 것 같다. 이 공간에서 (가족 간) 체온이 전달된 거 같아서 뿌듯했다”며 “서울시가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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