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교련복 주검들, 5·18 전남도청의 최후
[경향신문]
항전 문재학·안종필 열사 참상 등 41주년 맞아 특별전
소프 “민주화 향한 투쟁, 젊은 세대가 배우고 감사하길”
고등학교 교련복을 입은 소년 두 명이 복도에 맥없이 쓰러져 있다. 무장한 군인 10여명이 피가 흥건한 소년 주위에 모였다. 이들은 곧 사무실 칠판 위에 소년들의 시신을 올린 뒤 건물 밖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복도에 걸린 시계는 오전 7시50분을 가리키고 있다.
1980년 5월27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경찰국 2층 복도의 모습이다. 이날 새벽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은 공수부대원으로 특공조를 조직해 시민군이 머물던 전남도청을 공격했다.
도청에서만 시민 17명이 숨졌다. 사진 속 두 소년은 같은 고등학교 친구인 문재학·안종필 열사다.
시신을 옮기는 모습은 외신기자의 카메라에 담겼다. 5·18민주화운동이 계엄군의 유혈진압으로 막을 내린 직후 옛 전남도청 내부 상황을 찍은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6일 “5·18 41주년을 맞아 7일부터 오는 7월31일까지 도청 별관 2층에서 ‘노먼 소프 기증자료 특별전’을 연다”고 밝혔다. 전시 사진은 당시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국 기자였던 노먼 소프가 5월23일부터 5월27일까지 광주의 참상을 직접 취재한 것이다.
당시 도청을 점령한 계엄군은 오전 7시30분쯤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취재를 허용했고, 국내 언론에는 오전 9시쯤 현장을 공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물 곳곳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고꾸라진 시민들의 사진은 충격적이다. 도청 회의실의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처참한 주검을 비롯해 당시 끝까지 남아 저항한 시민 9명의 사망 직후 모습이 한꺼번에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도청복원추진단은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특별영상실’에서 15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도록 희생자의 발견 위치와 성명, 시신 이동 장면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한다. 5·18 40주년이었던 지난해 필름을 한국 정부에 기증한 소프는 “5·18은 대한민국 민주화를 향한 길고 긴 투쟁의 일부분”이라면서 “앞 세대가 민주주의를 꽃피우려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지금 젊은 세대가 배우고 진심으로 감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도형 도청복원추진단장은 “도청에서 끝까지 항전했던 열사들 최후의 모습이 밝혀졌다. 도청을 복원하면서 희생자의 위치 등을 표시해 추모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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