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정책 완성본' 들고 노크했지만..북한은 '무응답'

김유진 기자 2021. 5. 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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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새 계산법 없다' 판단
미측 접촉 시도에도 조용
서로 '먼저 행동'만 요구
대화 없이 기싸움 장기화
G7 "북 대화 복귀를" 촉구

[경향신문]

핵심 인사들은 노 마스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5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고 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 등 당·군 핵심인사를 제외하고는 관람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최근 접촉 시도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대남·대미 군사조치까지 시사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자마자 북한의 접촉 거부와 반발에 맞닥뜨린 셈이어서, 한국 정부의 바람대로 조기에 대화 국면이 조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시 로긴 WP 칼럼니스트는 이날 미 정부 고위 당국자 두 명의 말을 인용해 미측이 새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에 두번째 접촉 시도를 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로긴은 또 백악관이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당장 임명할 계획이 없다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도 전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월 미국의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3월18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는 정책 리뷰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검토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다면, 북한이 이번에도 접촉에 응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새로운 계산법’이 담기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의 이 같은 태도를 볼 때 당분간 대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는 힘들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 종료 이후 북한에 외교적 관여 의지를 밝히고는 있지만, 북한이 먼저 협상장에 나오기 전까지 구체적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선(先) 적대시 철회’를 주장해온 북한은 잇단 담화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에 강하게 반발하며 ‘상응조치’까지 시사한 상태다.

북·미 모두 서로 먼저 움직일 것을 요구하며 공을 넘기는 형국인 셈이다. 북한은 대화 복귀, 미국은 일정 수준의 유인이나 양보를 할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양측 간 기싸움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유화적 카드를 구사하는 것은 미국 국내정치적으로도 수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 향후 행보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우려를 자아낸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예고한 대남 조치를 실행에 옮겨 ‘한국을 흔들어 미국을 움직이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화 재개 전까지 최대한을 얻어내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남측에 대한 군사행동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대북전단 살포,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빌미로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나 남북 합의 파기와 같은 저강도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이 초청국으로 참석한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는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고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이들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목표에 전념한다”면서 “북한 인권 침해와 유린에 심각하게 우려한다”고도 밝혔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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