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심해지기 전에 '네 이름 지은 뜻' 전하련다"

한겨레 2021. 5. 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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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아! 네가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네가 태어났을 때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사진으로만 너를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얼마 전 생후 100일째 되는 날에 처음으로 웃는 너의 얼굴을 직접 보고 할아버지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단다.

네 이름인 '가람'이란 강의 예전 말로서 순수한 우리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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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축하합니다] 손자 가람에게 주는 할아버지의 편지
손녀 김한들(왼쪽)과 손주 김가람(오른쪽). 필자 김영명 주주통신원 제공

가람아! 네가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올해 갓 태어난 너와 팔순을 바라보는 파킨슨병 환자인 할아버지와는 세월의 차이가 너무 크게 나기 때문이다.

네가 태어났을 때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사진으로만 너를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얼마 전 생후 100일째 되는 날에 처음으로 웃는 너의 얼굴을 직접 보고 할아버지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단다.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얼굴 맞대기조차 어렵구나. 그나마 글 쓸 힘이라도 있을 때 할아버지 마음을 담은 글을 남겨 후일의 너에게 전하고자 한다.

너의 이름 ‘가람’은 할아버지가 지었다. 할아버지는 살아가는 동안 좋아서 늘 마음 속에 간직한 글귀가 하나 있단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다. 이 글귀에서 너의 이름이 태어났단다.

상선약수란 쉬운 말로 바꾸면 ‘물처럼 사는 것이 최고로 좋은 삶'이라는 뜻이란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지. 장애물을 만나면 둘러가고, 물은 모든 것을 받아 정화하고, 담기는 그릇마다 모양을 달리하기도 한단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기도 하고, 작은 물방울이 모여 도랑을 만들고, 도랑이 개천, 개천이 하천, 하천이 합쳐 강이 되지. 그리고 드디어 강이 된 물은 모두 바다로 향해 나아간단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은 겸손을, 장애물을 둘러 감은 지혜를, 모든 것을 받아들임은 포용의 힘을, 모양을 달리함은 한없는 융통성을 보여주는 거지. 물방울 하나하나가 바위를 뚫음은 꾸준한 인내와 노력이 기적을 만든다는 것을, 작은 물방울이 결국 강이 되어 감은 단합의 힘과 용기를 보여주고, 바다로 향해 나간 물은 큰 뜻을 품으면 저 거대한 대양도 될 수 있음을 말해주지. 하지만 궁극적으로 물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어떤 생물체도 물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가람아. 네 이름인 ‘가람’이란 강의 예전 말로서 순수한 우리말이란다. 강은 큰물이다. 큰물이 가진 여러 가지의 덕목을 갖춘 사람으로 가람이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하여 지구 위의 모든 생물체 생존에 크게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기를 할아버지는 바란다.

내 손자 가람아! 사랑한다.

부산/할아버지 김영명, 아빠 김정민, 엄마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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