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내년 30돌 터닝포인트 삼아 스마트 에너지 기업 거듭날 것"

안경애 2021. 5. 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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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능형 검침인프라로 15분 단위 가정 데이터 축적돼
빅데이터 활용 전기요금제 개편.. 에너지 절약 유도 효과있어
사명서 '텔레콤' 뗀건 통신한계 벗어나 사업확장 의지 다진것
신규 아파트 원격검침 시장·해외프로젝트 등 성장 발판 기대
김영덕 누리텔레콤 대표 D파이오니어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김영덕 누리플렉스 대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누리플렉스 본사. 김영덕 대표와 마주앉은 테이블 유리 아래에 회사의 성장목표를 담은 연도별 수치가 쓰여 있었다.

김 대표는 "2017년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회사를 어떻게 키울지 목표를 숫자로 구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송만 누리플렉스 회장과 같은 대우통신 출신인 김 대표는 1992년 설립된 회사에 1994년 기술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두 사람은 3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추며 누리플렉스를 세계적인 AMI(지능형 검침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 키워냈다.

내년 설립 30년을 앞둔 회사는 그동안의 성장공식을 완전히 바꾸는 도전을 하고 있다. AMI 등 솔루션 제조기업에서 스마트 에너지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게 목표다. 지난 4월 사명을 누리텔레콤에서 누리플렉스로 바꾼 것도 에너지와 디지털 기술을 연결하는 더 큰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김 대표는 "내년 설립 30년을 앞둔 지금이 회사의 최대 변곡점"이라면서 "수주와 솔루션 판매사업이 가진 성장 한계를 돌파하고, 스마트 에너지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밝혔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텔레콤' 떼고 '플렉스'…더 큰 시장으로 향하다=사명에서 '텔레콤'을 뗀 것은 통신이란 한계를 깨고 더 큰 시장에서 더 많은 사업기회를 잡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회사는 바뀐 사명과 CI(기업이미지)를 공개하면서 "그 동안 쌓아온 대용량 데이터 처리기술과 블록체인, AI(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에너지 정보 서비스 △개인간 에너지 거래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괄한다.

회사는 그동안 AMI 한 우물을 파면서도 스마트 그리드, 가상발전소, 클라우드,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투자해 왔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작했다.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과 에너지 생태계 변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도 변화를 서두르는 계기가 됐다.

◇아파트 40만호에 AMI 인프라 구축=그동안 대형 건물이나 사업장, 공장 등의 고압 AMI 시장을 석권하며 성장해온 누리플렉스는 작년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정부가 지난 7월 그린뉴딜 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된 것. 정부와 사업자가 50대 50 비율로 매칭 투자해 아파트 500만 가구에 양방향 원격검침이 가능한 스마트 전력계량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누리플렉스는 그중 처음 나온 40만 가구 분을 수주했다.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데이터 기반 플랫폼 사업을 고심해 왔는데 기회가 찾아왔다"면서 "국내외 49개 전력기업과 진행한 AMI 사업경험과 국내외에서 확보한 약 350만 가구의 DB(데이터베이스)에 이 사업의 결과물을 더하면 플랫폼 사업의 바탕이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15년 이상 쌓은 노하우와 기술을 이번 사업에 적용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며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에너지 서비스모델이 만들어지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15분 단위로 가정 검침 데이터 수집=회사는 AMI 분야에서 스마트 전력량계, 통신장비, HES(헤드엔드시스템) 소프트웨어, MDMS(미터기 데이터 관리시스템) 등 통합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일부 솔루션만 갖추고 있어 전체를 조합한 시스템 구축에 한계가 있는 것과 차별화된다.

정부는 작년 40만 가구 사업에 착수한 데 이어 올해 225만 가구, 내년 235만 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해 화석연료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얻는 게 목표인 만큼 전기요금제 변화도 병행해 추진한다. 계절이나 시간별로 차등화한 요금을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올해 제주도에서 시범 적용하는 데 이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AMI와 계시별 요금제가 함께 적용되면 에너지 절약 유도 효과가 크고, 각 가정이 얻는 혜택도 클 것"이라면서 "AMI에서 15분 단위로 검침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자에게 실시간 제공하면 에너지 사용량이 평균 2~3% 줄어든다는 적용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나 계절은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적용하고, 덜 쓰는 시간과 계절은 요금을 낮추면 국민들이 더 싼 시간대를 찾아 전기를 쓰는 수요 이동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용인 등 설치 수요 잇따라=국민DR(에너지 쉼표)에도 AMI 데이터가 유용하다. 국민DR은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전기 사용량이 급증할 때 전력거래소가 요청해 발동된다. 이 때 가정, 소형점포 등이 평상시보다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이때 절약한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해 금전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이를 위해 각 가정의 전기 사용량을 측정하는 기기를 국민DR 사업자가 일일이 설치해야 했다. 그러나 AMI 미터기가 설치되면 추가 설치가 필요 없다. 정부는 계시별 요금제와 국민DR을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전국 지자체 및 공공기관과 협력해 아파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 문의를 해오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 적용을 앞둔 제주도는 전체 아파트에 설치할 예정이고, 경기 용인시는 아파트연합회가 중심이 돼 6만8000가구에 설치하기로 했다. SH, LH, GH 등 공공기관과도 협력을 추진한다.

김 대표는 "서울 동작구 한 아파트에서 성능검증을 마쳤고, 합격점을 받아 본격적인 설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조 기업에서 서비스 기업으로=과거에 없던 플랫폼을 만들어 내고 그 위에 계속 데이터를 수집하면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아파트 AMI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게 회사의 미션이다. 김 대표는 "아파트 AMI 구축을 끝낸 후 10년간 시스템을 운영·관리하면서 각 가정의 검침 데이터를 15분 단위로 수집하는데, 한 달이면 가정당 2920개의 데이터가 모인다"면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없던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아파트 AMI 시스템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한전뿐 아니라 주요 건설사들로 고객을 넓히려는 것.

김 대표는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의 규모를 키우려면 신규 아파트 시장 진출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시스템 확보를 끝내고, 신규 아파트의 전기·가스·수도·열량 등 전체 검침시스템 시장에 진출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보안이 강화된 한전의 최신 규격을 적용해 기술적 강점을 갖췄다. 관련 영업·마케팅 조직을 강화하고, SH·LH 등 공기업 시장부터 진출할 계획이다. 신규 아파트 시장은 연 1000억원 내외에 달한다. 500만호 아파트 AMI 사업을 최대한 많이 수행하고, 신규 아파트 AMI 시장에 진출해 국내 아파트 1300여 만 가구 중 30~40% 정도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빅데이터가 확보되면 이를 AI로 분석해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단지 대상 그린뉴딜 프로젝트 참여=김 대표가 올해 공들이는 또 하나의 시장은 정부가 그린뉴딜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프로젝트다. 모터, 인버터, 컴프레셔 등 공장과 산업단지의 노후화된 전기 인프라와 기기를 교체해 에너지 효율화 체계를 갖추는 사업이다. 산업단지에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자급자족하는 계획까지 포함돼 있다.

누리플렉스는 창원 산업단지 수소연료전지, AMI 구축, 클라우드 기반 FEMS(공장 에너지 관리시스템) 연계 등 스마트에너지 플랫폼 구축을 담당한다. 반월시화 산업단지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에너지 기기와 관리·효율화 솔루션을 공급한다. 김 대표는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사업을 통해 산단들이 쓰는 에너지원이 달라지고 사용이 효율화되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시범사업의 효과가 좋으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투자를 해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4개 해외 프로젝트 입찰 진행 중=회사에 성장 날개를 만들어준 해외 사업기회도 꾸준히 문을 두드린다. 가나·베트남·스웨덴·노르웨이는 구축을 끝내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나는 추가 구축을 이어가고 있고, 작년 에티오피아 AMI 사업도 수주했다. 또 현재 튀니지·리비아 등 4곳 정도에서 입찰이 진행 중이다. 아이티에서는 1만가구 규모로 할부판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AMI 산업은 싼 값을 무기로 시장을 주도하던 중국 기업들이 프로젝트 실패사례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주춤한 상황이다. 국제입찰 경쟁률도 낮아졌다. 누리플렉스에는 기회다. 김 대표는 "우리보다 30~40% 낮은 가격을 제시하던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실패하다 보니 발주기관들이 BMT(벤치마크테스트)를 먼저 진행한 후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기술력 없는 중국 기업들이 초기에 걸러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할부판매 사업도 확대한다. 회사가 클라우드 상에 AMI를 구축해놓고 현장 단말기만 설치하면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보관·관리되고 과금까지 이뤄지는 형태다. 투자여력이 없고 전력회사 규모가 작은 필리핀, 아이티, 남미 등을 대상으로 회사가 먼저 투자해 기기를 설치한 후 검침까지 제공하는 월요금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020년 연결 기준 1100억원의 매출과 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회사는 올해 약 1500억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 개선도 기대된다. 2025년 매출을 50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게 회사의 목표다.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서 기회 연다=신재생 에너지 시대에 필요한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도 누리플렉스의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다. 신재생에너지 생태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발전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태양광·풍력·수소 등을 관리하는 SW를 통해 전체 에너지 흐름을 아우르는 '브레인'과 '신경망'을 만들어야 한다. 특정 공장이나 가정에서 남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팔고, 부족한 에너지는 다른 곳에서 사오는 VPP(가상발전소) 플랫폼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누리플렉스는 관련 플랫폼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기차용 전기요금이 올라가고 계시별 전기요금제가 도입되면, 싼 요금으로 배터리를 충전한 후 비싼 요금에 파는 거래 플랫폼도 형성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스마트 전력 플랫폼 상의 전기 사용 데이터를 잘 읽으면 응급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구축한 IoT(사물인터넷) 네트워크에 다른 디바이스를 추가하면 더 많은 부가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에너지와 전기를 넘어선 또 다른 생활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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