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정책도 거침없이 확대..오세훈의 한 달 '한 걸음 더' 행보
[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오 시장의 한 달 행보는 실리주의에 바탕을 둔 ‘다음 걸음’ 준비로 요약된다. 민간 재건축 활성화 등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오세훈표 정책’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 반면, 청년월세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처럼 오세훈표는 아니지만 다음 선거를 대비해 1년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들은 확대해 추진 중이다.
오 시장 취임 한 달을 앞두고, 1호 공약인 ‘스피드 주택공급’의 핵심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는 속도 조절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지난달 21일 강남·여의도·목동 등 주요 재건축 예상 아파트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이후에도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자 결국 오 시장 스스로 ‘속도 조절’을 선언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먼저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는 “취임 1년 안에 성과를 내겠다”면서 유력 재건축 단지로 여의도 시범, 잠실 5단지, 대치 은마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실제로 취임 직후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춰달라고 건의했다. 초기 행보는 섣불렀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재빠르게 신중론으로 전환한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도 받는다.
반면 오 시장의 평소 철학과는 다르거나,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추진했던 정책들은 오히려 한 걸음 더 내딛는 쪽으로 확대·계승하고 있다.
시교육청과 시의회가 유치원 무상급식 수용을 압박하자,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더해 역제안하며 받아들인 게 대표적 사례다. 2011년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확대를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대했던 과거와 대조된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는 “완성도를 높이자”며 월대(月臺·궁중 행사용 기단) 복원을 앞당겨 비용·기간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박 전 시장 시절 시작한 ‘청년월세’는 오 시장이 공약한 대로 대상자를 대폭 늘리기 위해 올해 내 600억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현 소득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상향 등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면 6개월 동안 한 달 20만원 월세 지원을 받는 청년이 5000명에서 5만명으로 10배 늘게 된다. 과거 보수진영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청년수당 예산과 맞먹는 규모에 시의회에서는 놀라워하는 반응도 나왔다.
오 시장의 ‘한걸음 더’ 행보는 1년 임기의 시장으로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전 시장의 사업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성과로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가져가며 실리를 추구하는 길이다. 오 시장 역시 “이미 시행된 정책을 저의 잣대를 들이대 철회하는 일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10년 전 무상급식 반대 전선을 쳤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주어진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한다고 본다”며 “다음 선거를 내다보고 중도·청년층 표심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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