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풍력발전기 띄워 전기를?..문 대통령이 찾아간 '부유식 해상풍력'

김정수 2021. 5. 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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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제성 문제..영국 등 5개국에만 설치돼
울산 앞바다 200MW 규모 설치계획 예타 통과
"민원 설득 힘들어 먼바다로 피하는 식은 안돼"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설비. 위키미디어 커먼스

국내 첫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계획이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6일 울산에서 열린 부유식 해상풍력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관심을 표시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발전타워를 바다 위에 띄워 발전하는 방식이다. 일반 고정식 해상풍력이 해저 지반에 고정시킨 기초 위에 발전타워를 올리는데 반해 부유식은 해저 지반에 닻과 쇠줄로 연결된 부유체 위에 발전타워를 세운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울산시가 울산테크노산업단지에서 연 비전 선포식에 송철호 울산시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참석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중심의 탄소시대에는 에너지 빈국이었지만 탄소중립시대에는 삼면의 바다와 풍부한 바람, 우수한 산업기반을 활용해 청정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다”며 “새롭고 어려운 도전이지만,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2018년부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추진해 왔다. 석유공사, 쉘-코엔스헥시콘 등 해상풍력 컨소시엄과 협력해 울산에서 동남쪽으로 50여㎞ 떨어진 동해가스전 인근 해상에 2025년까지 1단계로 1.4GW, 2030년까지 모두 6GW 규모 이상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 사업에 포함된 200MW 규모의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은 지난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한국석유공사는 한국동서발전,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에퀴노르와 함께 이 사업에 1조4천억원을 투입해 2026년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이 사업의 종합 사업성(AHP)을 0.56, 재무적 타당성을 1.29로 평가했다. 두 수치는 각각 0.5와 1을 넘으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울산 앞 바다의 부유식 풍력발전 여건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연중 평균 초속 8m의 바람이 불고 부유체 설치에 적당한 수심 100~200m의 대륙붕이 넓게 펼쳐져 있을 뿐 아니라 내년 5월로 생산이 끝나는 동해가스전 플랫폼을 해상변전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배후 지역의 기존 송배전망이 풍부해 계통 연계가 쉽고, 미포·온산국가산단 등 대규모 소비처가 인접해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동해 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 조감도. 한국석유공사 제공

기존의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시설은 해저 지반에 기초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수심이 깊은 먼 바다에는 설치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결국 해안에서 가까운 곳에 설치돼 경관 훼손과 어업활동 피해 등 어촌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부유식은 해안에서 보이지 않는 수심 50~60m 이상의 먼 바다에도 설치 가능하다. 민원을 피하면서 먼 바다의 풍부한 바람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세계풍력협회의 ‘2020년 해상풍력보고서’를 보면, 2019년 말 현재 전 세계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는 나라는 영국, 일본, 포르투갈, 노르웨이, 프랑스 등 다섯 나라 뿐이다. 설비용량도 다 합쳐봐야 보통 석탄화력 발전소 1기 설비용량의 10분의1 수준인 66MW에 불과하다. 세계풍력협회는 이 보고서에서 “(부유식 풍력발전이) 지난 10년 간 연구 개발단계를 지나 전면적인 상업화로 빠르게 발전할 준비가 됐다”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평가는 이보다 한 발 더 나갔다. 산업부는 이미 부유식 풍력발전이 상업운전에 들어간 단계로 보고 있다. 일본과 노르웨이, 프랑스 등에서는 여전히 실증사업 진행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영국의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파일롯 파크’와 포르투갈의 ‘윈드플로트 아틀랜틱’ 두 곳이 이미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파일롯 파크는 2017년 10월부터 운전을 시작한 3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다. 육지에서 25㎞ 떨어진 수심 95~129m의 바다에 설치돼 있다. 6MW짜리 발전타워 5개가 각각 높이 91m, 직경 14.4m의 거대한 부유체에 고정돼 있는 형태다. 지난해부터 운전에 들어간 윈드플로트 아틀랜틱은 25MW 규모로 육지에서 20㎞ 떨어진 바다에 자리 잡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 확산이 더딘 것은 발전타워를 부유체 위에 안정시키는 기술적 어려움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성 때문이다. 먼 바다에 설치돼 있다 보니 고정식에 비해 육지까지 송전하기 위한 송전 비용과 운영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일부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한 재생에너지 전문가는 “현재 풍력발전 원가는 육상풍력을 1로 치면 고정식 해상풍력이 2, 부유식 해상풍력이 4 정도인데, 육상풍력을 소홀히 하고 고정식 해상풍력이 잘 안 된다고 부유식을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아직 육상풍력과 고정식 해상풍력을 할 곳이 많은 데 부유식 해상풍력을 하면 전기 가격만 올라가게 된다. 반대하는 민원을 잘 설득해 동의를 받으려 하지 않고 멀리 피해서 쉽게 가겠다는 생각으로는 에너지 전환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산업과장은 “석유공사가 추진하는 200MW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은 전문가들이 검토해서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예타를 통과시켜 준 것인 만큼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6GW까지 확대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합리적인지 계속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풍력협회는 부유식 해상풍력 설비가 2025년 전후 아시아, 유럽, 북미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2030년이면 3~19GW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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