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종한 법무법인 세종 대표 "젊고 세련된 로펌, 비결은 소통"
젊은 변호사들 목소리 경청해야
인재확보에 사활..'로펌 경쟁력' 결정
서울 광화문역에서 나와 종각역 방향으로 조금만 걷다 보면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나타난다. 마치 갈색의 레고블록을 얹어놓은 듯한 세련된 디자인의 이 건물은 요즘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D타워’다.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그간의 경험과 시간을 자신의 목소리로 녹여낸다. 서사(Story)는 문화(culture)가 되고, 문화는 공간(Space)을 지배한다. 딱딱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이 기운을 피할 수 있을까. D타워에 자리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최근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가고 싶은 ‘로펌 1순위’로 꼽힌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세종은 그야말로 요즘 날개를 달았다. 최근 3년간 변호사 수와 매출 등 외형적 성장과 함께 인재영입에 공을 들이며 질적 성장도 동시에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보수적인 로펌업계에서 수평적·민주적 의사결정과 소통이 원활한 조직으로 입소문이 났다. 로펌업계에서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의 오종한(56·사법연수원 18기) 신임 대표를 지난 4일 오후 종로구 청진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어떻게 해서 남대문에서 광화문으로 오게 됐냐'는 질문에 오 대표는 “여기로 이사를 온 건 신의 한수”라고 귀띔했다. 회현동에서 2019년 이전할 당시 파트너변호사들이 투표를 했는데, 복잡하지 않고 조용한 장소를 원했던 시니어들과 달리 젊은 파트너들은 전부 D타워를 원했다고 했다. “젊은 변호사들 말 듣길 잘했다”는게 오 대표의 말이다.
그는 1989년 세종에 합류해 약 32년간 일한 ‘정통 세종맨'으로 내부 신망이 두텁다. 국내외 증권·금융, 상사 관련 소송, 경영권 분쟁 분야를 주로 담당했고 지난 1월 경영대표(MP) 선거에서 파트너변호사들의 투표를 거쳐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김두식(64·12기) 전 대표변호사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9년 세종의 매출액은 2080억원으로 전년(1845억원) 대비 12.7% 증가했다. 2020년에는 2285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도약하고 있다.
오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소통’을 내걸었다. 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젊은 파트너변호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업무에 반영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오 대표를 포함한 세종의 운영위원회 5명 중 2명은 40대 초반의 파트너변호사들이다. 경영진 회의 분위기를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할 얘기 다 하던데요(웃음)”였다.
오 대표는 “김 전 대표때도 민주적이었지만 연배 차이가 있다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대표들이 젊어지니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다. 대표와 의견이 다른 부분은 논쟁도 하고 모든 걸 터놓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이 다른 부분을 스스럼 없이 얘기할 수 있는 토양은 갖춰져있었는데, 세대교체가 되면서 더 활발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는 젊은 파트너변호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분야별 태스크포스(TF)에 이들을 참여시켜 의견을 개진토록 하는 것이다. 올해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중대재해법과 같이 개별 이슈에 대한 의견 뿐만 아니라 고객관리 방안 등 로펌 운영 전반과 관련한 목소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오 대표는 “(다른 로펌들은) 경영진이 결정한 사안을 하달하지만, 우리는 젊은 변호사들의 의견을 듣고 경영에 반영하는 의사소통 구조를 갖고 있다”며 “따라서 한 번 결정을 하면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는 동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소통에 이어 인재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각 분야에서 최적·최상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야말로 로펌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세종은 각종 규제 관련 입법 동향과 국회 상임위 논의 내용 등 뛰어난 정보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자동차 모빌리티나 바이오·헬스케어, 디지털 테크놀로지 등 향후 신성장 분야와 관련한 기업 규제 동향 등 입법정책 자문도 업계에서 최고로 통한다.
그는 “규제입법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항상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이슈”라며 “인적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세종은 올해 초 입법전략자문팀을 구성, 장대섭 국회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고문으로 영입한 바 있다.
또 별도의 인재영입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법률전문가가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작업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법률문제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면서 외부 경력직이나 검찰, 경찰, 법원, 행정부 등 외부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법률전문가들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이슈들이 너무 많다”는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여기에 세종은 신입 변호사 리크루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종은 유튜브를 통해 소통 채널도 늘리면서 각광을 받았다. 개그맨 허경환씨를 초청해 사무실 ‘민낯’을 공개하고, 선배들의 합격전략도 소개하는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호평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도 소개된 김용욱 변호사(입사 2년차)는 “사실 세종이 대우 안 좋다고 욕하는 사람 없거든요. 우선 월급 제일 높고 지금 사무실 입지도 훌륭하잖아요”라고 솔직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아래는 법무법인 세종의 최신 유튜브 영상)
이밖에도 세종은 ESG와 모빌리티·핀테크 등 신산업, 중대재해처벌법 등 한층 강화된 규제 분야와 관련한 법률서비스 제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종은 최근에 이경돈 변호사를 센터장으로 하는 ‘ESG 센터'를 설립했다. 오 대표는 “ESG의 G(거버넌스)에 우리가 좀 더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면서 “환경부 정책방향, 기업 지배구조, 금융 컴플라이언스 등 각 분야 최고 실력자를 모시면서 네트워크와 전문성, 경험들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정보기술(IT)이 집약되고 있는 모빌리티 부문도 대폭 강화하는 등 신(新)산업 분야의 법률서비스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 대표는 로펌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세종은 민일영 전 대법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공익재단인 ‘나눔과이음’을 통해 탈북 학생들과 변호사들이 1대1 멘토링을 맺도록 했다. 오 대표는 수년째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법률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 민 이사장을 필두로 사무실 인근에 위치한 자선단체인 사회복지원각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봉사도 수년째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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