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 - 조선희 [전희영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주인공이 세 여성, 게다가 일제강점기 세상을 바꾸려 했던 공산주의 혁명가라니. <세 여자>는 혁명가 누구의 애인이 아닌,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아들을 향해 눈물 흘리며 손 흔드는 어머니는 더욱 아닌, 그 자신이 독립운동가이자 혁명운동가로서 치열한 삶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다. 더구나 이들은 실존 인물이고,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팩션’이라 더 강한 끌림을 느꼈다.
“삼단논법인데 그러니까 이런 거지. 우선, 민족이 망했는데 여자가 가정에서 해방되면 무슨 소용인가. 그다음, 민족이 자유를 찾았는데 여자가 구속돼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또한, 여자가 해방됐다 해도 한 줌 유산계급 여자만 자유로우면 무슨 소용인가. 결국, 민족도 구제하고 여자도 구제하고 무산계급도 구제하는 방법은 공산주의뿐이라는 거!”
민족해방, 여성해방, 계급해방을 실현하기 위해 시대의 격랑에 온몸을 던진 여성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하이로, 베이징을 거쳐 모스크바와 카자흐스탄으로, 평양과 경성을 오간 그들. 모든 것이 알고 싶었고 모든 것이 되고 싶었다는 그들의 열망이 뜨겁게 다가왔다. 세 여자는 ‘여성으로서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을 거부했다. 덕분에 누군가의 삶의 그림자가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달콤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여성으로서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을 모두 거부하지 못하고 매 순간 갈등하는 나를 본다. 일을 하고, 딸을 둔 엄마가 되면서, 여성으로서 삶의 주인으로 온전히 사는 게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졌다. 때로는 여혐에 노출돼 두렵기도 하고, 부당한 차별에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으며, 여성이기에 부여되는 사회적 요구들이 버겁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주체성을 찾는 삶을 지향할 것이다. 시대를 넘어 세 여자의 삶에서 다시 용기를 얻으며.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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