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화장실에 쓰러진 딸..계부는 거실서 게임
[앵커]
인천에서 학대에 시달리다가 영양결핍으로 숨진 10살 여자아이의 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검찰은 A 양이 심한 학대로 화장실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데도 계부는 거실에서 두 시간 동안 모바일 게임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망 이틀 전부터는 물조차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3월 2일, 인천 운남동 다세대주택에서 영양결핍과 학대로 숨진 10살 A 양.
[계부 A 씨 : (아동학대 혐의 인정하십니까?) 네, 인정합니다. 못할 행동 해서 미안하다, 아빠가.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벌 받을게, 미안하다.]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45일 만에 살인 혐의로 구속된 20대 친어머니와 의붓아버지에 대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검찰은 법정에서 부모가 3년 3개월 동안 모두 35차례 걸쳐 A 양을 학대했다는 수사 결과를 밝혔습니다.
대소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로 옷걸이로 온몸을 때리고, 엎드려뻗쳐를 시킨 것뿐 아니라
숨지기 전 넉 달 동안은 아이 얼굴이 흙빛으로 변할 정도였는데도 며칠씩 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A 양이 숨질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살해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옷을 입은 채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친모가 A 양의 옷을 모두 벗긴 채 마구 때리고 30분 넘게 찬물로 씻겼고,
이후 A 양이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데도 계부는 두 시간 동안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했다는 겁니다.
한참 뒤에야 이상한 점을 느낀 계부가 인공호흡을 했지만, 맥박이 흐려지자 병원에 데려가기는커녕 학대할 때 썼던 옷걸이부터 버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살 많은 아들에게는 누군가 물어보면 다섯 대만 때렸다고 말하라고 시키기도 했습니다.
아내와도 말을 맞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게 검찰 설명입니다.
계부 측은 학대와 방임 혐의는 인정했지만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고,
친모 측은 일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구속 당시 임신 상태였던 친모는 조산 가능성으로 잠시 석방됐다가 지난달 초 출산한 뒤 다시 구치소에 수용됐습니다.
재판에는 생후 한 달 된 신생아를 안고 출석했습니다.
이들 부부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 달 3일 열립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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