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 훔쳐 빚 갚은 소년가장.. 판사는 감옥 대신 기회를 줬다

이승규 기자 2021. 5. 4. 17: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정다운

생활고에 쫓겨 게임머니를 가로챈 소년가장에게 재판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4일 대구지법 형사3단독(김형태 부장판사)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21)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3회에 걸쳐 온라인 게임 ‘로스트 아크 인벤’의 게임머니와 현금 등 총 148만 8000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과 4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서 “로스트아크 게임머니를 보내주면 돈을 보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현금가 114만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받았다. 또 인천의 한 PC방에서 “34만 8000원을 입금해주면 게임머니를 주겠다”는 글을 올려 돈을 받은 뒤 잠적했다. A씨는 가로챈 돈을 대부분 빚을 갚는데 썼다.

A씨가 범죄의 늪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생활고였다. 중증 당뇨합병증으로 일을 할 수 없었던 부친을 대신해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A씨가 벌어오는 얼마되지 않은 돈으로 가족들은 생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생활비와 치료비 등 갚아야 할 빚은 쌓여갔고 결국 극한에 몰린 A씨는 평소 즐기던 게임을 악용해 돈을 가로채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을 반복한데다 피해 변상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죄질이 중해 징역형을 택했다”면서도 “몹시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피고인이 생활고에 쫓긴 나머지 범행을 저지른 점, 소년원 입원 후 깊이 반성하며 빈곤과 재범의 악순환을 끊고 건실한 직장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김형태 부장판사는 본지 통화에서 “생활 범죄의 경우 극복하기 어려운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조건적인 엄벌로 환경을 악화시켜 재범을 부추기기보다 피고인이 잘못을 느끼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