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 8개' 집에서 썼다는 박준영..김선교 "궁궐 살았나"
“난파선에서 보물 건져올린 사진인 줄 알았다”(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이 쟁점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관세청 수사를 받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 후보자가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 참사관(2015~18)으로 재직할 당시 박 후보자의 부인은 현지에서 고가 도자기를 다량 구매한 뒤 별도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에 반입했다. 외교관 이삿짐은 출입국 과정에서 물품 검사가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당시 박 후보자 부인은 SNS에 해당 도자기 수백 점 사진을 올리며 “뭘 산 거야, 얼마나 산 거야. 다 씻기느라 영혼 가출”이라고 썼다. 이후 개인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 도자기를 판매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날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답변에선 “아내가 취미로 영국 카부츠(car bootsㆍ벼룩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했고, 이를 이삿짐 화물로 세관 검사를 통해 들여왔다”며 “2019년에 제 퇴직 이후 생활을 걱정하다가 카페 창업을 했고, 손님 중에 소품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서 판매행위가 일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너무 커져서 향후 카페 운영을 안 할 계획”이라며 “세관 당국 의견을 받아 관세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관세청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 수사를 받을 사안”(이만희 의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후보자가 “집안장식이나 가정생활용으로 쓴 도자기여서 이삿짐으로 신고했다”고 해명하자, 김선교 의원은 “궁궐에서 살았나. 일반인이 이 정도 물량을 세관 신고 없이 들여와 판매했다면 한 마디로 밀수”라고 비판했다.
▶김선교=얼핏 봐도 수천 점이 넘는데, 저 모든 걸 집안장식이나 가정생활용으로 썼나
▶박준영=네, 맞다
▶김선교=그럼 궁궐에서 살았나? 외교부에 확인해보니 박 후보자가 영국에서 참사관 시절 지냈던 거처는 100㎡, 30평 정도다. 도자기 장식품을 실제로 사용했다는 거짓말을 국민이 믿으라는 건가? 오팔 샹들리에도 8개던데, 이것도 다 집에서 썼나.
▶박준영=네, (제시된 사진 중) 중간 두 개가 제 집이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집에 있던 걸 떼어서 갖다놓은 거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OO우드’, ‘로얄 OOO’ 등 고가의 명품 도자기 브랜드 이름을 거론하며 “웬만한 사람들은 한 세트 사기에도 손이 달달달 떨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회에 제출한 답변자료에서 티팟 50여개, 커피잔 400여개 등 총 1250여개 구입 물품내역을 밝히며 “대부분 현지 중고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구입가는 1~20파운드(한화 1500~3만원)”라고 해명했다. 이에 이만희 의원은 “개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샹들리에는 포함도 안 됐는데 개당 1500원에서 3만원이란 해명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관 통과할 때 이삿짐으로 판단했는데 그걸 밀수라고 하는 건 침소봉대다. 요구르트병으로 수류탄을 만들 수는 없다”(김영진 의원)고 반박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관계부처에서 TF를 구성해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가능여부나 대응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차원에선 “수입 수산물 유통이력제를 강화해 소매점에 대한 원산지 단속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이력제란 수입ㆍ유통ㆍ소매업체에 대해 거래내역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오염수 방류 시뮬레이션을 해서 조사결과를 국제사회 대응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TF에서 논의를 해보겠다”면서도 “가정을 통해 나온 결과로 국제사회에서 대응하면 신뢰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방류량, 시기, 핵종, 농도 등이 구체적으로 나온 뒤 대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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