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욕하라"던 文, 모욕죄 고소 논란되자 취하 지시

주희연 기자 2021. 5. 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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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차 특별 방역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전단을 돌린 혐의(모욕죄)로 검찰에 송치된 30대 청년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4일 청와대가 밝혔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각계에서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은 모욕죄 관련해서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30대 청년 김모씨를 모욕죄로 고소한 지 2년 여 만에 고소를 취하한 것이다. 모욕죄는 피해자나 법률대리인이 직접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다.

문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처벌 의사를 철회한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그동안 모욕죄 관련 처벌 의지를 유지해온 배경과 관련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난 일본 극우 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 관계 등 국가 미래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과 국민의 명예 ,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제가 된 전단은 문 대통령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부친이 친일파 후손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경찰은 이 문구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2일 김씨를 모욕죄 및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선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비판이 거셌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전날 “독재국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범죄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모욕죄가 성립되어선 안 되는 대상”이라며 문 대통령이 고소를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고소가 과거 자신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7년 JTBC에 출연해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며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는 교회 지도자들과 청와대에서 연 간담회에서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자유)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며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든 국가정책·대통령·공직자 등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할 수 있고, 최고 권력자나 고위공직자 등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권력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그간 밝힌 국정철학과도 맞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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