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전자' 갇힌 이유 있었네.. 외국인 4월 한 달 삼성전자 가장 많이 팔았다

삼성전자·삼성전자 우선주, 1조 넘게 매도

서울 서초동 삼성딜라이트 주변 광고물. / 연합뉴스

최근 1개월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005930)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3월 31일부터 4월 30일까지 23거래일 동안 삼성전자를 5287억200만원(683만8400주)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순매도 규모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우선주(삼성전자우(005935))도 4892억7400만원(658만주)어치를 순매도(순매도 순위 3위)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순매도 금액은 1조179억7600만원이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대에 갇힌 모습을 보였다. 3월 31일 8만1400원에 장을 마친 삼성전자는 4월 6일과 7일 장중 8만6200원까지 상승하며 9만원대에 올라갈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하락해 4월 30일 8만1500원으로 1개월 전과 거의 같은 수준의 주가로 돌아갔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파는 이유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큰 영향을 줬다. 코로나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했고 전기차 수요도 늘면서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메모리 반도체 등 전방위로 반도체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을 생산하는데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런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면 제품을 만들기 어려워지고 이게 외국인들의 매도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가 부족해지면 반도체를 생산, 판매하는 삼성전자에는 이익을 늘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지만, 글로벌 전자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지속하면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오히려 반도체 신규 수요도 더 늘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민경

증권업계에서는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에 걸쳐 일어났던 삼성전자의 주가 병목현상이 다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2018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58조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보다 9.77%가 늘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2017년 11월 고점(11월 2일 5만7520원‧액면 분할 전 수정주가 기준) 이후 2018년 내내 하락 추세를 보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8년에도 반도체 사이클(경기)은 좋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2017년 하반기가 고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과 파운드리(위탁생산), 갤럭시Z폴드3 등 폴더블폰의 성공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증권업계는 조언한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삼성전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요인 중 하나다. 외국인들은 환율이 내려가면(원화 강세) 달러화로 바꿨을 때 환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을 더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반대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김영건 연구원은 “환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이라 외국인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수급은 환율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환율 강세 흐름이 지속한다면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주 주가도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센터장은 “파운드리와 폴더블폰이 향후 삼성전자 주가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 부분에서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으면 주가가 한 단계 레벨 업될 것이고 그렇게 못 할 경우 박스권 횡보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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