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53] 자식에게 가장 큰 선물은 행복한 부모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5.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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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을 향한 강력한 본능과 새로운 정보에 대한 호기심이 우리 마음에 없다면 초연결 사회를 가능케 하는 개인 통신 장비의 발전이 이렇게까지 이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금단 증상처럼 불안이 찾아오는 상황이다. 심리적 유익과 쾌감이 있기에 금단 현상도 생기는 것이지만 지나치면 삶의 균형을 잃게 된다.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는 ‘기술(technology)’과 ‘간섭(interference)’이 합쳐진 단어로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장치에 의해 소통에 방해가 일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부모와 어린 자녀를 대상으로 살펴본 테크노퍼런스에 관한 한 연구를 보면, 자녀와 대화할 때 스마트폰 등에 의해 소통에 방해가 일어나는 횟수가 많을수록, 자녀에게서 짜증이나 안절부절 같은 부정적인 행동 표현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양육 스트레스가 큰 경우에도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 시간이 부모에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두 결과를 연결해보면 부모와 자녀 소통에서 테크노퍼런스는 자녀의 짜증을 유발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양육 스트레스는 다시 소통 간섭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지간섭(cognitive interference)’은 부모와 자녀 관계 측면에서 예를 들면, 부모가 자녀 옆에 있기는 한데 신경은 업무 등 딴 데 가있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은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부모에게 제일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추측해보라 질문하면 더 많이 놀아 주기를 원할 것이란 답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아이들에게 질문해보면 ‘엄마, 아빠의 지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요’란 답이 제일 많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함께 있는 시간의 양 자체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잠깐을 함께하더라도 집에 돌아와서는 일을 잊고 자녀에게 집중할 수 있고 더불어 자기가 하는 일에서 도전, 즐거움 같은 긍정적 에너지를 느끼는 부모가, 걱정에 가득 차 인지 간섭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자녀와 시간만 오래 있는 부모에 비해, 자녀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좀 줄이더라도 운동 등 여가 생활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는 활동을 즐기는 것이 오히려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행복하란 말보다 부모가 먼저 행복을 느끼는 것이 자녀에게 주는 좋은 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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