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불두화·백당나무를 나란히 심은 이유는?
요즘 불두화, 백당나무 꽃이 제철입니다. 곳곳에 둥근 흰 공 모양의 불두화, 넓은 접시 모양의 백당나무 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런데 불두화와 백당나무를 나란히 심어놓은 곳이 많습니다. 경복궁 자경전 뒤쪽 정원에 가보면 불두화와 백당나무가 나란히 있습니다. 영양 상태가 좋아서인지 불두화·백당나무 꽃이 유난히 큽니다. 안면도수목원에 가도 불두화와 백당나무를 나란히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불두화와 백당나무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불두화는 백당나무를 개량한 나무라는 점입니다. 백당나무 꽃을 보면 바깥쪽을 빙 둘러 화려한 꽃이 피어 있고 안쪽에 자잘한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깥쪽 화려한 꽃은 곤충을 부르는 역할을 하는 무성화이고 안쪽 자잘한 꽃이 실제 꽃가루받이를 해서 열매를 맺는 유성화입니다. 백당나무는 산에서 자생하는 나무인데 요즘엔 공원이나 화단에도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백당나무에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무성화만 남겨놓은 것이 바로 불두화입니다. 불두화는 꽃모양이 부처님 머리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불두화(佛頭花)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두 나무 잎을 보면 원형인데 끝이 단풍잎 모양으로 세 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이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름 때문인지 불두화는 공원은 물론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대개 산사의 앞마당에, 그러니까 불상 정면에 심어 놓은 곳이 많습니다. 더구나 꽃 피는 시기가 초파일 즈음이니 불교와 인연이 많은 꽃임이 분명합니다. 올해는 꽃들은 1~2주 빨리 피고 초파일은 예년보다 늦어 초파일까지 불두화가 피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불두화의 영어 이름은 눈싸움할 때 쓰는 눈뭉치처럼 생겼다고 해서 ‘snowball tree’입니다.
수국과 산수국 관계도 불두화와 백당나무 관계와 같습니다. 숲속 혹은 물가에서 피어나는 산수국 꽃은 가장자리에 무성화, 안쪽에 유성화가 있습니다. 야생의 산수국에서 유성화는 없애고 무성화만을 남겨 크고 화려하게 개량한 것이 바로 수국입니다. 수국과 산수국도 잎이 깻잎 모양으로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수국은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이 물을 좋아하고 주로 6~7월 장마철에 피는데, 요즘 벌써 도심 화단 등에 수국·산수국을 심어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광화문 일대에 심어놓은 산수국을 보면 바깥쪽 무성화를 화려하게 개량한 꽃들이 많습니다.
수국은 전 세계 화단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꽃 중 하나입니다. 꽃색은 토양의 산성농도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하는데, 산성이면 청보라색, 알칼리성이면 연분홍색으로 변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토양에 참가제를 넣어 꽃 색깔을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인 나무가 한쌍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공원에 가보면 꽃은 백당나무 비슷한데 잎끝이 3개로 갈라지지 않고 그냥 둥근 형태인 나무가 있습니다. 도입종인 라나스덜꿩나무인데 정식 이름은 <털설구화 ‘라나스’>입니다. 여기에다 꽃은 불두화처럼 생겼는데, 잎 모양이 라나스덜꿩나무와 같이 둥근 형태인 것이 있는데 설구화입니다. 이 둘의 관계도 불두화와 백당나무 관계와 비슷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불두화, 수국, 설구화는 무성화만 있으니 당연히 씨를 맺지 못해 스스로 번식할 수 없습니다. 그럼 이 식물들은 어떻게 번식할까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이 꺾꽂이 등으로 개체 수를 엄청 늘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불두화와 수국, 설구화는 무성화만 있는 둥근 형태이고, 산수국과 백당나무, 라나스덜꿩나무는 무성화가 유성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산수국에서 무성화만 남겨 놓은 것이 수국, 백당나무에서 무성화만 남겨놓은 것이 불두화이고, 라나스덜꿩나무에서 무성화만 남겨 놓은 것이 설구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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