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육군 새 군가와 새 소통 채널..밑천 드러낸 지휘부 수준
육군 요즘 죽을 맛입니다. 22사단 헤엄 귀순으로 혼쭐났고,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각급 부대에서 방역 인권 침해 사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축구하다 간부가 병사에게 골절상 입히고 사고를 무마하려는 시도도 들통났습니다.
이 와중에 육군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들이 또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새 군가 '육군, We 육군'을 내놨는데 반응이 최악입니다. 그럼에도 육군 지휘부는 장병들에게 새 군가를 '기도문'처럼 암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병사들이 부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신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개설한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인기를 끌자 육군은 맞불 놓듯 '육군이 소통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병사들이 육군 못 믿어서 스스로 '대신 소식 전해주는' 페이지를 열었고, 그래서 활성화된 것입니다. 병사들이 신뢰 안 가는 육군의 공식 페이스북에 노크할 리 만무합니다.
육군 지휘부의 생각이 많이 짧은 것 같습니다. 병사들과 살 부대끼며 생활할 테니 병사들의 고충과 생각을 알 만도 한데, 하는 일들이 참 딱합니다.
새 군가, 기도문처럼 암기하라
군가는 무릇 장병들이 부르면서 자긍심을 느끼거나 신명이 나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닙니다. 독립군,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품이 정부 심기를 살핀 것 같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반응은 그야말로 끔찍합니다. 육군은 중독성 있는 군가라고 주장하는데 "중독성은 없고 독성만 있다", "이거 부르면 있던 애국심도 사라질 듯", "워리어 플랫폼부터 진짜 극한의 웃음벨이네", "이거 만들 돈으로 병사들이나 잘 먹여라" 등등.
새 군가 발표하는 날, 육군 최고 지휘부 회의가 열렸습니다. "새 군가를 기도문처럼 가창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주간회의, 의식행사, 각종 부대 활동, 교육 간에 틈나는 대로 제창하고, 응원가로도 활용하라는 상세한 지침도 뒤따랐습니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현장 지도 시 부대의 가창 능력을 직접 확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 가면 부하, 병사들 다독여야지 새 군가 암기를 점검하겠다니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육군 소통 페이스북은 소통할 수 있을까
육군은 어제(2일) 병사들과 소통하겠다며 '육군이 소통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취지는 "장병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며 국민들이 신뢰하는 육군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 "육군 공식 페이스북과 별개로 운영되며 보도자료, 팩트체크, 공식입장 등을 유통시킬 것"입니다. 취지부터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향입니다. 현재까지 육군의 보도자료, 입장자료, 사과문만 잔뜩 올라 있습니다.
소통이라고 하면 상대 말도 듣고 내 말도 하는 것입니다. 병사들한테 육군 소통 페이지에 와서 제보하라고 해도, 모르긴 해도 안 할 것입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자생적 인기 채널이 있는데 왜 굳이 군 보급 페이스북을 쓰겠습니까. 새 군가 못지않은 답답한 발상입니다.
쉽고도 어려운 참 지휘관의 길
그 연대장은 고(故) 박구일 해병대 17대 사령관입니다. 부마항쟁 당시 7연대장으로 연대 병력 이끌고 부산에 투입됐습니다. 비록 항명이지만 감히 절대존엄 국민을 상하게 할 수 없으니 실탄은 아예 포항에 두고 갔습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시민들이 때리면 그냥 맞아라"고 명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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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news.sbs.co.kr/d/?id=N1006304638 ]
▶ 육군 새 군가 '육군, We 육군'
[ https://www.youtube.com/watch?v=cicqW5aGsgA ]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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