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0만원 버는 집주인, LH에 땅줄까" 중국인 몰려든 영등포 남쪽

유엄식 기자 2021. 5.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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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공공복합사업 후보지 선정된 영등포동 역세권 사업부지
정부가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의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한 영등포역 역세권 부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지상 철로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속칭 'DMZ'(비무장지대)로 불린다. 이를 경계로 남북 지역이 완전히 갈라진 탓이다.

북측 방면엔 타임스퀘어,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섰고 기피 시설인 쪽방촌, 집창촌 구역도 전면 철거 후 최고 44층 높이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반면 역사 남측은 2002년 입주한 2462가구 대단지 아파트 '영등포푸르지오'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노후화된 저층 주택과 상권이 자리잡고 있다. 지역을 관통하는 영등포고가차도는 1970년대 지어져 노후도가 심한 데다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해서 선거철마다 철거 공약이 반복되는 애물단지다.
대림동에서 이사온 중국인 늘어..상점 곳곳 중국어 안내문
이 지역 저층 다세대, 다가구 주택엔 수년 전부터 중국인 세입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교통이 우수하고 임대료가 저렴해 대림동에서 많이 이주했다는 게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영등포역 남단 출구(1,2,4번) 앞 상가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양꼬치, 마라탕 음식점이 적지 않고 반찬 가게 등 소규모 점포에도 중국어 안내문이 붙어있다. 중국어로 된 각종 서류와 문서 발급을 지원하는 전문 행정사 사무실도 있다. 지역 상권을 움직일 정도로 거주자가 많다는 설명이 나온다. 영등포역 앞 A 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이 지역에 들어온 다가구, 다세대 세입자 절반 정도는 중국 동포"라고 했다.

영등포역 남측 상권 전경. 중국음식을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과 중국어 안내문이 붙은 상점이 곳곳에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이곳은 정부가 지난달 말 공공개발 후보지로 선정했다. 기본 계획안에 따르면 축구장 13개를 합친 9만5000㎡ 부지에 2600여 가구 아파트와 고층 업무·상업시설이 들어선다. 지금까지 정부가 선정한 역세권 주거상업고밀지구 중에선 단일 지역 기준 최대 면적이며 주택 수도 가장 많다.

국토부는 앞서 "역세권이란 입지적 특성을 바탕으로 직주근접 컴팩트시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개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월 1000만원 버는 집주인들 LH에 땅 내어줄까"..업계는 회의론 우세
정부가 제시한 개발 청사진에도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회의론에 무게가 실린다. 현실적인 여건상 개발에 필요한 동의율(토지주 2/3)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교통, 상권 등 입지적 장점에도 이 지역의 개발이 미뤄진 이유는 약 1000여명으로 추정되는 토지주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사업 구역 내에서도 역과 가까운 곳은 지분 규모가 비교적 큰 토지주 비중이 높고 신길동 방향 지역은 소규모, 비정형 필지를 보유한 토지주가 많아 상호 개발에 대한 입장차가 크다.

영등포동 B 공인중개소 대표는 "신길동 방향 소규모 지분을 보유한 토지주들은 공공개발이라도 사업을 빨리 추진할 수 있다면 동의율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역과 인접한 부지에 있는 상가, 빌라, 다세대 등을 보유한 토지주들은 굳이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높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공개발 선도 사업지로 선정된 영등포 역세권 사업부지 내 노후주택가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

실제로 역과 가까운 곳일수록 월 임대수익 1000만원이 넘는 상가, 주택 건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구역 내 건물의 평균 노후도는 77.8%로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역과 가까운 부지엔 2·4 공급대책 발표 직전에 지어진 신축 빌라도 있고, 당장 재건축할 필요가 없거나 세입자 요구로 내부 수리를 한 주택도 적지 않다. 이런 건물을 소유한 토지주은 별도 보상책이 없다면 재개발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사태가 토지주들의 동의율을 끌어내는 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영등포동 C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공공 강제수용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 투기 의혹이 터진 LH를 믿고 사업을 끌고 갈 수 있겠냐는 토지주들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초고층 업무, 상업시설을 집중 배치해서 사업성을 보완하고, 추가 분담금 없이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주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최근 공공개발 사업지에 기존에 살던 집의 가격과 면적에 따라 1+1로 새 아파트를 두 채 주고, 등기 이후엔 전매제한도 풀어주겠단 추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일부 사업 추진 기대감도…아직 최소동의율 10% 채우지 못해
소수지만 확실한 인센티브를 전제로 사업 추진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의견도 있다. 영등포동 D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곳은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면 최대 300% 용적률을 적용받는데 공공개발을 선택하면 400~700% 용적률을 준다고 하니 득실을 따져 사업에 참여하려는 토지주도 꽤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건물주는 "10년 전쯤 이사와서 다세대 주택에 세입자와 함께 살고 있다"며 "좀 넓은 새아파트에 살고 싶은데 공공이 추진하면 빠르면 5년 만에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하니 언제 사업이 시작될지 궁금하다"고 했다.

영등포역 역세권 공공개발 사업지 주택가 전경. 이 도로를 경계로 지역 토지주 사이에 이해관계가 갈린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사진=유엄식 기자

다만 아직은 지역 전반에 사업 기대감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이날 사업 지역 곳곳을 둘러봤지만 공공개발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이곳은 공공개발 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최소 동의율인 10%를 아직 충족하지 못했다. 지난해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영등포동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도 현재 문을 닫았으며 연락도 닿지 않는 상황이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정부의 사업 추진방식에 불만이 크다. 투기방지를 위해 2·4 공급대책 발표일 이후 매수자에 대해선 현금청산 방침을 밝혀 거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B 공인중개소 대표는 "대책 발표 이후에 매수한 사람은 현금청산을 당해 적어도 매입가의 30%는 손해볼 게 뻔한데 누가 사려고 하겠냐"며 "주민들 의견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고 덜컥 사업계획만 발표해서 언제 재개발을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만 만들어놔서 최근에는 그나마 있던 전월세 문의도 부쩍 줄었다. 며칠간 손님이 한 명도 없다"고 토로했다.
개발 완료시 마용성급 주거 선호지 전망도
만약 어려움을 딛고 개발이 성사되면 서남권의 새로운 주거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날 공공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인근 신길2(1366가구) 신길4(1199가구) 신길15(2380가구) 등과 합치면 인접 지역에 약 7500여 가구의 새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이미 입주를 완료한 신길뉴타운 신축 아파트와 더불어 약 1만7000가구의 신도시급 주거 타운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여의도, 시청 등 도심 업무지구와 접근성을 고려할 때 개발이 현실화되면 주거지역으로 가치는 급상승할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주도로 영등포역 인근와 신길에 주거타운이 연결되면 마포권역에 맞먹을 정도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민간주도도 개발이 진행될 경우 마용성을 뛰어넘을 정도로 입지적 강점이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영등포역 역세권 개발 사업부지 동측과 인접한 영등포공원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

일대 개발 기대에 따른 수혜는 의외로 준공 20년차를 맞은 구축 아파트가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영등포푸르지오 전용 73㎡은 지난달 말 11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4월 같은 평형 매매가격(8억9200만원) 대비 2억5800만원 오른 신고가다. 전용 84㎡는 올해 1월 실거래가(11억4000만원, 5층)보다 약 3억원 높은 14~15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단지 인근 E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발구역 내 노후주택들은 현금청산 이슈로 거래가 아예 끊겨버렸지만 이 아파트는 거래제한이 없는 대단지이고, 주변 개발에 따른 반사이익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돼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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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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