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아동 2명 중 1명 정신질환 앓지만 사후 치료·관리 부실 [심층기획-아동학대 '땜질 처방' 안 된다]
학대 경험 아동 신체적 손상뿐만 아니라
자아 손실·트라우마 등 심리적인 후유증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학대 대물림'까지
가정폭력 가해자 절반 이상이 피해 경험
심리치료 서비스 지원 6개월이면 끝나
정부 지정 전담의료기관 단 한 곳도 없어
2019년 사례 3만여건 중 의료지원 401명
"아이가 지옥 속에서 헤맬 때 치료 끓겨"

#2. B(8)군 아버지는 알코올의존증자였다. 아버지는 B군이 눈에 띄면 아무데나 때렸다. 어느날 B군 아버지는 “라면이 어디 갔느냐”며 행패를 부렸다. 그러다 B군을 향해 칼을 휘둘렀고, 칼은 그대로 아이의 발을 관통했다. 병원 응급실 의료진의 신고로 B군과 아버지는 분리됐다. 하지만 B군에 대한 정신적·신체적 건강 관리 지원은 6개월 만에 끊겼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경악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사건이 주목받고, 대책이 발표되는 와중에도 ‘아동’은 보지 못한다. 피해아동이 이후 어떻게 치료받고 치유하고 있는지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입양된 동생이 학대받는 걸 봐야 했던 언니, 동생이 갇힌 여행가방에 올라가야 했던 형제들, 빈집에 버려지는 아이를 봐야 했던 아이 등 또 다른 아이들의 ‘다친 마음’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학대 아동 2명 중 1명 정신질환 등 앓아

학대받은 아동 2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2015년 발행한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정신질환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학대 경험이 있는 0∼18세 아동 61명 중 약 50%가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23%로 가장 많았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21.3%, 우울장애 16.4% 등의 순이었다.

◆6개월 만에 끝나는 심리치료 서비스 지원

이는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공동 주최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도 지적됐다. 배기수 아주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아이는 한창 지옥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치료는 끊기게 된다”며 “현재 협력기관도 병의원, 보건소, 정신보건센터, 알코올상담센터 정도로, 피해아동을 도울 협력기관이 부족하다. 최소한 PTSD 특화센터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계적 부모교육이 근본적 학대 예방책”
“아동들의 꿀밤을 몇 번 때리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게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을 만한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살인이나 강도, 절도를 한 것도 아니고.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서 우리가 처벌을 중하게 받으면 그건 억울한 것이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사건(3만45건)의 가해자 75.6%는 부모였다. 피해 아동을 재학대(3431건)한 행위자 역시 부모가 94.5%를 차지했다. 부모들은 체벌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편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민법상 부모 징계권 폐지(2021년 1월8일) 100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66.7%는 “여전히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84%는 체벌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정부도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중앙정부는 지난해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 중 하나로 ‘맞춤형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을 포함한 뒤 지원대상을 중위소득 72%에서 100% 이하로 확대했다. 부모교육 확산·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마련한 지방자치단체는 4월 현재 광주와 전북, 경남, 서울 노원·도봉구, 경기 안산시 등 14개 광역·기초단체에 이른다.

이보람·송민섭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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