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3선 군수님의 아주 이상한 땅 거래
강원도 양구군, 전체 주민 수가 2만5천 명이 되지 않는 작은 자치단체입니다.
그런데 5년 전부터 땅값이 들썩이기 시작합니다.
외지에서 땅을 보러 오는 사람도 훌쩍 늘었습니다.
서울과 동해안 속초지역을 잇는 동서고속화철도 사업 때문입니다. 철도가 관통하는 양구지역에도 역사가 들어섭니다. 당시 현직 군수도 역사 인근 부지에 땅을 샀습니다. 여동생을 시켜 땅 거래를 했고, 명의는 아내로 했습니다. 군수는 투기는 절대 아니고 당시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뿐이라고 해명합니다.
▶전 군수 아내부터 전·현직 고위 공무원, 사단장까지…
강원도 양구군 전직 3선 군수인 A 씨가 철도역이 들어오는 인근에 땅을 산 것은 양구 지역 알 만한 사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 제기는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LH와 관련된 땅 투기가 한반도를 뒤흔들었습니다. 강원도는 예외라고 생각했습니다. "땅값이 올라야 투기를 하든가 하지?" 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원도 땅값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 오르지 않는 강원도 땅값도, 최근 3배 이상 오른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동서고속화철도 노선에 생기는 역사부지 노른자위 땅입니다.
역사부지 인근 지역에 등기부 등본부터 확인했습니다. 필지 수십 개를 직접 떼봤습니다.
역시 가장 빠른 취재는 맨땅에 헤딩입니다.
양구군 전직 3선 군수의 아내 이름이 나왔고, 군청 전·현직 고위 공무원의 이름도 나왔습니다. 육군 전 사단장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이 일대에 땅을 산 공무원이 수십 명이었습니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입니다.
전직 3선 군수 A 씨에게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최종 등기이전한 날짜가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2016년 7월 22일.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확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본래 땅 주인을 찾아야 했습니다. 등기부 등본에 나와 있는 이름 석 자로 수소문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양구군은 전체 주민이 2만5천 명이 되지 않는 작은 곳,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고 또 물으니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본래 땅 주인은 언론과의 접촉을 꺼렸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오해냐고요?
땅을 팔고 나서 땅값이 오르니 군수가 투기했다는 소문을 퍼트렸다는 겁니다.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땅 주인도 당시 현직 3선 군수의 힘을 모를 리가 없었고, 그런 소문을 냈다가 좁은 지역사회에서 자신이 어떻게 될지 뻔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속상하지만, 땅을 판 자신 탓을 할 뿐이었습니다. 본래 땅 주인을 찾아가길 수차례, 당시 우리가 모르던 일이 있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현직 군수 시절 여동생 내세워 땅 거래
먼저 땅을 사는 과정입니다.
지난 2016년 6월, 땅을 사고 싶다고 찾아온 건 당시 현직 군수였던 A 씨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A 씨의 여동생. 자신이 퇴직 후 집을 짓고 살 땅을 보고 있다며 찾아왔습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2016년 7월 1일 계약금을 이체했고, 17일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22일 잔금까지 모두 치릅니다. 1억6천400만 원. 계약금 1,600만 원. 잔금은 5천만 원, 5천만 원, 4천800만 원으로 세 번에 나눠서 이체됐습니다. 돈은 A 씨가 아닌 동생 이름으로 보냈습니다.
이때까지도 본래 땅 주인은 자신과 거래하는 사람이 당시 현직 군수 A 씨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여동생이 아닌 A 씨의 아내 명의로 땅이 최종 등기이전됐습니다. 결국, 땅을 산 건 A 씨였지만, 본래 땅 주인은 등기이전을 마치고 나서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땅 거래가 있던 2016년 7월,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은 급물살을 탑니다. 7월 8일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가 통과되고, 7월 11일 사업이 확정됩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양구역사 예정부지도 A씨가 산 땅 인근이었습니다.
▶"땅값 깎기 불편해 동생 시켜 거래…투기 아니야"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확정된 시기에 맞춰 땅을 사면서 자신의 존재를 숨긴 A 씨.
왜 그런 걸까요? 반론을 들어야 했습니다. 3선 군수 임기를 마치고 지금은 퇴직한 A 씨를 만났습니다. A 씨는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격이라며, 오해라고 밝혔습니다. 동생을 시켜 땅 거래를 한 것은 현직 군수 시절 지역에 땅을 사며 가격을 흥정하기 불편해서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신은 다른 위치에 역이 생겨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고, 현재 자신이 산 땅 인근에 역이 들어올 거란 정보는 당시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본래 땅 주인은 당시 흥정도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땅값을 깎아 준 거로 기억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땅을 사러 온 여성이 땅 거래를 마친 뒤에야 자신의 당시 현직 군수였던 A 씨의 동생임을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거래를 마쳤고, 땅은 최종적으로 A 씨의 아내 이름으로 등기 이전됐습니다.
▶"역사 부지로 결정되면 땅 돌려줄게"
이후 A 씨가 산 땅 인근이 양구역사 예정부지로 거론되면서 군수가 땅 투기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일 년이 지난 뒤에도 소문은 계속됐고, 본래 땅 주인과 A 씨가 다시 통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약속합니다.
자신이 산 땅 인근에 역사가 들어오면 땅을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자신이 땅을 살 때 낸 취득세와 등록세, 수수료, 은행 이자를 제한 가격에 땅을 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A 씨는 3번째 군수 임기를 마치고 지난 2018년 퇴직했습니다. 역사는 외곽 이전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주민설문조사를 거쳐 국토교통부 초안대로 A씨가 산 땅 인근으로 최종결정됐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약속대로 땅을 되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도 짓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구두 계약도 계약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A 씨, 현재는 집을 다 짓고 사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땅값은 평당 4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3배나 뛰었습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A 씨의 동생과 아내를 불러 조사했고, 조만간 A 씨 역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사이 A 씨는 변호사 상담을 마쳤습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땅을 지키기 위해 준비를 시작한 겁니다.
경찰은 A씨가 땅을 사는 과정에서 동서고속화철도와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전직 3선 군수의 상당히 이상한 땅 거래, 정말 오비이락일까요? 과연 우연한 일치일까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 진실이 드러나길 기대합니다.
홍성욱[hsw0504@ytn.co.kr]
도움:이병권 장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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