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닝보너스 리텐션보너스 스톡그랜트..IT 1번지 판교가 들썩인다

배윤경 2021. 5. 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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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역 1번출구-1] 네이버가 최근에 본사와 계열사 전 직원을 더한 약 6500명에게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1000만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주식보상 프로그램 '스톡그랜트'란 건데요.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마냥 '네이버 직원들 부럽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주식방에서는 '네이버 주식 떨어진다'며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네이버가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주면 정말 네이버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까요?

사진=네이버
스톡옵션·사이닝보너스·리텐션보너스·스톡그랜트…도대체 뭔가요

내 연봉계약서엔 없지만(…) 요새 IT업계에서 너도나도 난리라는 직원 보상프로그램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비롯해 입사 시 일정 기간 동안 이직 금지 등을 약속하며 지급하는 일회성 인센티브인 사이닝보너스 등은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사이닝보너스가 계약 시 주는 인센티브라면, 리텐션보너스는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원에게 이직 만류 등을 이유로 주는 인센티브입니다.

스톡그랜트는 이들보다 생소한 단어이긴 해도 새로운 용어는 아닙니다. 스톡옵션은 정해진 가격으로 기간 내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반면, 스톡그랜트는 아예 회사가 직원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합니다. 절차도 매우 단순한데요. 스톡옵션은 행사 기간이 정해져 있고 공시 의무도 있는 것과 달리, 스톡그랜트는 받은 그날 바로 팔아버릴 수 있고 공시 의무도 없습니다(조건에 따라 행사기간이 정해져 있는 스톡그랜트도 있긴 합니다).

네이버가 직원들에게 오는 7월부터 6개월마다 500만원어치씩, 1년에 총 1000만원어치 회사 주식을 주겠다고 했으니 7월 초 500만원어치 네이버 주식을 받은 직원들이 바로 주식을 매도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네이버 투자자들의 걱정은 시작됩니다. 직원들이 6500명이나 되는데, 만약 직원들이 한날한시에 주식을 대부분 팔아버린다면 네이버 주가는 강한 매도세에 하락을 면치 못할 테니까요. '누가 직원들에게 주식 주래?!' 투자자들이 뿔이 날 만도 합니다.

그냥 연봉 올려주면 될 걸, 네이버는 왜 복잡하게 주는 걸까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주식보상비용 709억원을 포함해 비현금성지출이 151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분기 매출의 10분의 1 수준이 비현금성지출로 빠졌습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었는데, 2019년과 2020년의 스톡옵션을 비롯해 오는 7월 처음 부여하는 스톡그랜트 비용을 이번에 상당히 반영했다는 게 네이버의 설명입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7월에 줄 예정인 스톡그랜트 비용이 1분기 실적에 160억원 정도 인식돼 있습니다. 직원 수가 6500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7월에 줘야 하는 스톡그랜트의 절반 정도를 1분기에 털어낸 셈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 줄었습니다.

인건비로 회사 이익이 줄었다면 주식시장이 움직이겠죠? 네이버 주식은 다음날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오는 7월에 네이버 주식을 받아든 직원들이 하락 공포에 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네이버는 왜 스톡그랜트를 선택한 걸까요.

네이버가 직원들의 연봉을 1000만원씩 올린다면 퇴직금도 연봉 상승분을 감안해야 하고, 야근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비용들을 감안해 연봉을 500만원만 올린다면? 연봉을 한 번에 1500만원씩도 올리는 IT업계 연봉 인상 분위기에 '형님' 격인 네이버가 찬물만 끼얹는 꼴이 되겠죠. 직원 입장에서는 사실 퇴직금 등을 감안할 때 연봉 인상이 '최고의 선택'이겠지만, 회사로서는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주주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제일 큰 스톡옵션도 피한 보너스 개념의 스톡그랜트가 '차선'이 된 셈입니다.

결국 네이버는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비용 증가를 선택했습니다. 주식보상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매출 증가율과 유사한 수준이라면 개발운영비 증가를 감수하겠단 입장입니다.

대규모 스톡그랜트, 해외선 자리잡아

일부 임원이 아닌,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스톡그랜트 사례는 국내에선 상당히 드문데요. 해외에서는 일반적입니다. 외국에서는 주식을 월급 또는 보너스처럼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직원이 충족할 경우 무상으로 주식을 주는 RSU(Restricted Stock Unit)가 대표적인데요. RSU는 스톡옵션처럼 행사 기한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조건만 맞으면 무상으로 회사 주식을 준 다는 점에서 스톡그랜트와 비슷합니다. 쿠팡도 상장을 앞두고 RSU를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은 대부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옆동네를 살펴볼까요. 스톡옵션 제도를 운영해오던 게임업체 컴투스는 2013년 12월 게임빌에 인수된 이후 스톡옵션 대신 스톡그랜트를 임직원 보상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스톡그랜트 부여 주식 수 총 1만5300주 중 행사가능 주식 수는 1만2000주에 달합니다. 지난 9일부터 일부 스톡그랜트에 대한 행사가 가능해졌지만 주식 변동성은 크지 않았습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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