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0단] 윤석열을 향한 이 비호감, 어찌 넘어설까

이상훈 2021. 5. 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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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1등, 비호감 역시 1등
중도층의 비호감 높아

안녕하세요. '정치0단'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논쟁적' 인물입니다. 좋아할 만한 매력과 싫어할 만한 구석을 다 갖췄다고나 할까요. 아직 정치인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계선에 서 있는데도 단연 앞서는 야권 대선주자 1위입니다.

검사 시절 그의 모습은 알싸하고 매콤합니다. 눈치 보지 않고 소신을 밝히는 '검찰 공무원'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여는 분들이 많았죠. 결기였습니다. 현 정부 '내로남불' 논란 속에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공정의 상징이 됐습니다. ‘윤석열 현상'을 만든 겁니다. 여기까지가 그를 좋아할 만한 지점입니다.

반면에 그는 얼마 전까지 검찰총장이었습니다. 중립과 공정이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검찰을 떠나 바로 정치권, 그것도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합니다. 검찰 공무원으로서 궤적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리얼미터·JTBC 여론조사(지난 18일 1020명 대상)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하니 윤 전 총장이 38.4%로 1등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2.2%로 그다음인데 격차가 좀 납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에선 '대통령감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누구냐(비호감도)'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윤 전 총장이 23.9%로 역시 1등. 이념 성향별로 보면 보수층의 비호감도가 6% 정도에 그치지만, 진보층에선 45%를 웃돌고, 중도층에서도 21.4%로 상당히 높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인물인 겁니다.

권력에 맞선 검사 결기 말고
민생·비전 다룰 실력 아직 몰라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를 활용해 평판 검색을 해봤습니다. 키워드를 입력하면 키워드와 함께 언급된 단어(연관어)를 검색하고, 연관어 가운데 평가를 담은 표현(감성어)의 양을 분석합니다. SNS와 블로그, 온라인 뉴스 등이 분석 대상이죠.

최근 한 달(3월 30일~4월 29일)을 기간으로 ‘윤석열'을 검색하니 감성어 가운데 부정적 표현이 58%나 됩니다. 긍정은 24%에 그쳤죠. 빅데이터상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겁니다. 대체로 정치인들이 긍정보다는 부정 이미지가 강하긴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유독 높습니다.

비호감도가 높은 건 왜일까요?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들립니다. 여야를 떠나서 그의 자질 자체에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검사로서 부패의 '청소' 역할을 한 것 말고는 없다는 점, 또 다른 한 가지는 민생이나 외교 등 이른바 국정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또 개인사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죠.

비호감도가 높은 게 무색무취보다는 낫다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 수준의 역할을 하는 정치인에나 해당합니다. 최고 반열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되는 수준에선 문제가 됩니다.

대선이 양자 대결로 갈 경우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되고, 후보가 다수여도 40%는 넘겨야 이깁니다.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지지를 보내는 고정 지지층에 더해 중도층 혹은 스윙보터의 표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비호감도를 줄여야 하지요. 지금까지 보여준 '청소' 능력을 넘어서 민생이나 비전 등 다른 차원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거지요.

‘朴사면' 논쟁, 딜레마로 다가온다
지지층 잡고, 표밭 넓힐 ‘내공' 보여줄까

게다가 향후 그가 만날 '현실'도 있습니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사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수감과 관련돼 있죠. 그가 대선에 나선다면 탄핵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될 겁니다. 특히 사면에 대해 찬성한다고 할 경우 검사 시절 자신이 한 일을 부정하는 것이 돼 공정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죠.

만약 사면에 반대한다고 밝힌다면 박 전 대통령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보수층의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기존 지지층 일부가 이탈할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인 거지요. 대선이 미래를 이끌 사람을 선택하는 선거이기는 해도 과거사에 대한 그의 입장 역시 중요하니까요. 윤 전 총장은 묘수가 될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상당한 정치력이 필요할 텐데, 아직은 모릅니다.

향후 그가 손잡을 수도 있는 국민의힘이 30일 새 원내대표를 뽑았습니다. 의원들만의 투표로 뽑는 경선이었는데, 강성 친박(친박근혜)으로 꼽혀왔던 김태흠 의원이 1차 투표에서 30표, 결선에서 34표를 얻었습니다. 30% 정도의 득표율인데, 국민의힘 내 친박 비중을 보여줍니다. 탄핵 부정까지는 아니라도 사면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는 비율로도 해석됩니다.

윤 전 총장은 비호감도를 어떻게 줄여갈 수 있을까요? 또 어떻게 지지층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을까요? 그의 ‘내공'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0단'이었습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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