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아빠 찬스' 포르쉐..'내차'인양 뽐내다 '패가망신' 당할라

최기성 2021. 5. 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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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회삿돈' 악용..'공정 사회'에 해악
포르쉐, 지난해 법인 판매대수 5036대
람보르기니 벤틀리 법인비중 70%이상
법인이 선호하는 슈퍼카와 고성능 스포츠카 [사진 출처=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딸 안전 때문에 포르쉐 사줬다"

지난 28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그 계열사의 돈 53억6000여만원을 빼돌려 친형의 법원 공탁금, 딸이 몰던 포르쉐 보증금, 딸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딸은 포르쉐 마칸 GTS를 직접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 돈도 아닌데…'눈먼 회삿돈'으로 포르쉐 구입
포르쉐 마칸 GTS [사진 출처=포르쉐]
또 터졌다. 자신의 돈이 아니라 자신 소유한 회사나 부모 회사를 통해 법의명의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회사·아빠 찬스' 사랑이 또다시 적발됐다.

사실 회사·아빠 찬스를 이용해 법인명의 수입차를 몰고 다니다 국세청 레이더에 종종 잡히는 탈세 혐의자가 많다.

국세청은 지난 2월 사주일가의 편법증여로 재산을 불리고 '억' 소리 나는 수입차를 몰고 다닌 영앤리치(Young&Rich)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3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국세청 레이더에 적발된 A씨(25)는 10대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150억원을 편법으로 증여받았다.

별다른 소득원이 없었지만 서울 초고가 주택에 살면서 법인 비용으로 람보르기니, 포르쉐, 페라리 등 13억 상당의 고성능 스포츠카와 슈퍼카 3대를 몰고 다녔다. 해외여행도 즐겼다. '아빠 회삿돈'으로 금수저 생활을 만끽했다.

공정 해치는 비뚤어진 '아빠·회사 찬스'
국세청 조사 사례 [출처=국세청]
'아빠·회사 찬스' 슈퍼카는 앞으로도 자주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업무용으로 쓴다고 보기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 '법인명의' 고급 수입차가 많기 때문이다.

매경닷컴이 3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수입차협회 구입유형별 통계에 따르면 슈퍼카와 고성능 스포츠카를 판매하는 포르쉐,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벤틀리 4개 브랜드가 지난해 판매한 고성능·럭셔리 수입차는 총 8549대다. 법인명의는 5684대, 법인 비중은 66%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303대를 판매했다. 법인명의는 275대, 법인 비중은 90%다. 롤스로이스는 171대를 판매했다. 이중 157대가 법의명의다. 법인 비중이 91%에 달한다.

지난해 두 브랜드가 국내 판매한 차량 10대 중 9대 이상을 법인이 구입했다는 뜻이다. 벤틀리가 지난해 판매한 296대 중 법인명의는 216대다. 법인 비중은 72%다.

4개 브랜드 중 판매대수가 가장 많은 포르쉐의 경우 7779대 중 5036대를 법인이 샀다. 법인 비중은 64%로 적은 편이지만 법인 구매 대수는 다른 브랜드를 압도한다.

회사명의로 슈퍼카 6대 구입해 사적 용도로 유용한 사례 [출처=국세청]
올해도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올 1~3월 4개 브랜드가 판매한 차량은 2762대다. 법인명의는 1732대다. 법인 비중은 62%다.

같은 기간 수입차는 총 7만1908대가 판매됐다. 법인명의는 2만5948대, 법인 비중은 36%다. 4개 브랜드 법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람보르기니는 판매차량 81대 중 71대가 법인명의다. 법인 비중이 87%다. 람보르기니 판매 1위는 우루스다. 69대 팔렸다. 대당 가격은 2억5513만원이다.

롤스로이스는 53대 중 47대가 법인명의다. 법인 비중은 88%에 달했다. 4억7460만원인 컬리넌은 16대 판매됐다. 7억3860만원으로 올 1분기 판매된 수입차 중 가장 비싼 팬텀 EWB도 5대 팔렸다.

벤틀리는 55대를 팔았고 42대가 법인명의다. 법인 비중은 76%로 지난해보다 4% 포인트 높아졌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컨티넨탈 GT V8이다. 판매대수는 37대다. 대당 가격은 2억5093만원이다.

포르쉐, 10대 중 6대는 법인이 구매
포르쉐 파나메라 [사진 출처=포르쉐]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는 올 1분기 동안 2573대를 팔았다. 이 중 1572대가 법인 명의다. 법인 비중은 61%로 슈퍼카 브랜드보다는 낮다.

대신 포르쉐는 판매대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카이엔(1억660만원)은 604대, 카이엔 쿠페(1억1630만원)는 554대다. 없어서 못 판다는 소리까지 나온 타이칸 4S(1억4560만원)는 374대다.

파나메라4(1억4290만원)는 118대, 718 박스터 GTS(1억2140만원)은 101대 각각 팔렸다. 이상직 의원 딸이 선택한 마칸 GTS(1억190만원)는 97대 판매됐다.

포르쉐를 법인차량으로 구입하는 이유는 '폼' 때문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이 판매하는 프리미엄 수입차가 흔해지면서 아직은 상대적으로 희귀한 포르쉐 차량을 사는 것으로 수입차 업계는 분석한다.

또 1억원대 가격은 '억'소리 나지만 '억억'이 기본인 슈퍼카보다는 회삿돈으로 처리하기에 부담이 적다.

여기에 포르쉐는 '고성능 스포츠카' 이미지 때문에 '폼생폼사' 20~3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다. 아빠·회사 찬스 차량으로 종종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다. 유지비가 비싼 편이지만 '내 돈 대신 회삿돈'으로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차종 선택폭이 넓어진 것도 법인 대상 판매에 한몫하고 있다. 정통 스포츠카뿐 아니라 SUV인 카이엔, 4도어 스포츠세단인 파나메라 등으로 라인업이 다양하다.

스포츠세단 파나메라는 프리미엄 세단으로도 간주된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 다음 차량으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성공의 아이콘'으로도 여겨진다. '국민 MC' 유재석의 애마로도 알려졌다.

고성능 슈퍼카를 업무용으로 쓰는 '간 큰' 회사
호화 사치 생활을 즐긴 영앤리치 소유 슈퍼카와 럭셔리카(왼쪽)와 사주 운영 페이퍼컴퍼니 인감도장 [출처=국세청]
고성능·럭셔리 수입차를 법인명의로 구입한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용'으로만 쓴다면 위법이 아니다.

위법이자 탈세 논란을 일으키는 개인용도로 악용하는 게 문제다. '공정'에 해악을 끼친다.

법인명의 차량의 경우 구입비, 보험료, 기름값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한다.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자신의 회사라며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개인용으로 타고 다닌 가족도 처벌받을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은 업무차량의 '출퇴근' 이용도 사적사용으로 간주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인차량 등록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회삿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용도로 마음껏 사용해도 처벌받는 사례가 많지 않다. 간간이 국세청 세무조사로 이슈만 됐다가 사라질 뿐이다.

'아빠·회사 찬스' 슈퍼카를 타고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게 분명한 자동차 동호회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기도 한다. 적발을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을 수준이다.

물론 슈퍼카나 고성능 스포츠카를 개인 돈으로 '정정당당'하게 구입하고 '정정당당'하게 사용하고 '정정당당'하게 자랑(?)한다면 문제될 게 전혀 없다.

법인 전용 번호판 색상, 카파라치 도입 제안도
람보르기니 우루스 [사진 출처=람보르기니]
법인차량 '꼼수'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법령을 정비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세청 세무조사 때마다 나오지만 그 때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6년 법인 차량 사적 이용으로 '조세형평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업무용 승용차 비용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감가상각비 연간 한도는 800만원이다. 리스비·유류비·통행료 등은 연간 1500만원까지 운행기록부를 쓰지 않아도 비용으로 인정해준다. 1500만원을 초과하면 운행기록부를 검증한 뒤 업무용으로 사용한 부분만 비용으로 인정해준다.

하지만 법인차량 운행기록부를 검증하는 데 한계가 발생하고 이를 악용해 허위로 작성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법인차량 꼼수 사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면 차라리 법인차량 전용 번호판 색상을 정하는 게 낫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을 주황색이나 녹색으로 정하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법인차량 악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서다.

자동차 불법 행위 신고포상제도인 '카파라치'를 도입해 사적 이용을 적발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제안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인차량 악용 문제는 이미 5~6년 전부터 심각하게 다뤄졌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눈먼 회삿돈으로 위법 탈세하는 불공정 행위자를 적발하려면 법인차량 구입 가격이나 차종에 제한을 두고 전용 번호판 색상과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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